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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슬슬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마더를 감상했습니다. 그렇게 평이 나쁘편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좋은 편도 아니었기에 그냥 무심히 보았습니다. 결론은 '봉준호 감독의 월메이드식 영화'라는 것이더군요. 그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엄청난 대작도 아니었고 또 엄청난 졸작도 아닌. 그냥 봉감독님의 역량을 평범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달까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봉감독스러운 연출은 꽤 좋았습니다. 관객에게 긴장감과 여유를 잘 조화스럽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더군요. 물론 그의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황도 대다수 등장하여서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보았더라도 '아~ 이건 봉감독 영화구나.' 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런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서도 항상 그랬듯이 '이야기'도 상당히 단순합니다. 바보 아들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고군부투기라고나 할까요? 그 이상의 이야기도 그 이하의 이야기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그냥 이걸로 끝인 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위에서도 언급한 연출과 구성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 지루해지기 쉬운 부분들을 아주 그럴듯하고 유머스럽고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조금은 안타까웠던 것이 이전 작품들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사회적인 문제점'을 그닥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초반 사건 현장을 형사들이 둘러보면서 농담이나 주고 받는 장면이나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려는 부분, 그리고 엉뚱한 놈을 범인으로 잡아버리는 부분 등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런 재미도 봉감독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영화는 엄마가 살인사건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결국에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낳게 되고 또 스스로도 그러한 결과에서 도피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장면은 어쩌면 대다수의 관객들에게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만약 어머니가 죽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쩌면 스스로의 죗값을 스스로가 결정하기 위해서 그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는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라면 '기억을 지우는 편'보다는 그 쪽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결국 엄마가 기억을 지우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엄마는 '착한 엄마'가 될 수 없었습니다. 박쥐에서처럼 자결을 선택했다면 조금의 동정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마더의 엄마는 그 마저의 동정도 일으키지 않더군요. 자신의 죄를 스스로 없애기에 급급한 그녀의 모습에서 이미 엄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아들이 '정상'이 아닐까? 라는.....그래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엄마에게 평생 그 복수에 대한 답으로 바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여중생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보 흉내를 내면서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엄마가 그런 극단작인 결과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처음부터 꾸몄다는....뭐 그런 생각 말이죠.

어이없는 해석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사실 그런 느낌은 영화 내내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도진은 바보처럼 보이려고 하면서 결국 생각할 건 다 생각해 냈으니까요. 심지어 '죽음'이라는 충격이 있긴 하지만 5살 때의 기억도 하는 것을 보면 바보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꽤 강하게 듭니다. 뭐 이런 건 결국 봉감독님이 항상 그랬듯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에 불과하겠죠. 실상은 디비디 나와서 코멘터리를 봐야 감독의 뜻을 알 수 있을 듯...


사실 올 상반기 국내 영화 중에서는 가장 기대를 받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칠급 공무원이 더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거기다가 거북이 달린다도 그렇게 나쁜 반응이 아니라서 오히려 국내 인기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박찬욱감독이나 봉준호감독 모두 조금은 죽 쑨 꼴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냥 그들의 영화를 보았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군요.


내 맘대로 별점 : ★★★★


뱀다리 : 그나저나 이거 저작권 위반에 걸리는 거 아닐까요...제길슨. 이젠 리뷰도 못 쓰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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