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결말이 적혀있습니다만 큰 스포일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봉 전부터 코맥 맥카시의 베스트셀러 '더로드'의 영화화로 꽤나 홍보가 되었던 영화 '더 로드'를 보았습니다. 평일 조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봐야 열댓명 정도..) 아바타가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서 그런지 부산에서 상영 중인 모든 '더 로드'는 동시 상영이라서 시간이 참 애매하더군요. 이거야 말로 블럭버스터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같이 감상한 친구녀석은 보고 나서 "이렇게 우울한 영화는 처음이다"를 연신 내뱉으면서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너 때문에 즐거운 금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다운된다면서.....지 때문에 40분을 기다린 본인은 뭐냐 그럼.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그러한 반응을 보면 이 영화는 확실히 원작의 느낌을 거의 100%에 가깝게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세계, 굶주림, 희망없는 세상, 죽이지 않으면 먹히고 마는 세계의 느낌을 칙칙하고 어둡고 음산하게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소설을 영화화 할 경우 정말 제대로 표현을 하지 않으면 실망하고 마는데 이 영화는 최소한 원작으로 인한 기대감을 저버리지는 않더군요.

거기에 더해서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몫을 하고 있습니다. '아빠' 역의 비고 모텐슨과 '아들' 역의 코디 스밋 맥피는 영화 속에서 정말로 아빠와 아들이 되어 처절한 생활을 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과거 속 아내로 나오는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뭐 나쁘지 않았구요.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소설을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야기까지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건 어쩌면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제 생각에는 득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영화의 경우 물론 '완전히'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여 옮겨놓았기 때문에 큰 사건들이 변함없이 보여지면서 압축된 내용을 볼 수 있는데 만약 이것을 어떻게든 각색하여 조금이라도 변화시켰더라면 오히려 분위기 자체가 망가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부분 원작을 어떻게든 각색을 하여 흥미를 유발시키는 쪽으로 하는데 비해 이 작품은 오히려 원작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아서 완성도를 더 높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더군요.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당연히 아시겠지만 영화의 결말은 비극일 수도 있고 희극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아빠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아들은 새로운 '착한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지요. 어찌되었든 '혼자'가 아니라서 희극일 수도 있습니다만 역시 제 생각에는 이 작품의 결말은 '비극'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마음 속에 '불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굶주림에 허덕일 것이고 여전히 식인을 하는 무리들로부터 쫓길 것이며 여전히 추위에 떨어야 하는 생활을 하겠지요. '자살'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 가족들도 '아들'이 '아빠'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난 그 길에서 또 다른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의 연장선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이 되더군요. 정말로 절망적인 엔딩이었습니다.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결국 그 길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을 선사하는 상황들은 영화 속에서 길은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끝을 나타내고 있으니 길은 곧 사람의 인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불타오르고 무너지고 축축한 그 길들은 결국 길 위의 모든 인간들이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해석은 역시 개인적인 것이니 그냥 넋두리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헛소리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희망이 없다는 것만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DIME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새해 들어 처음 본 영화인데 정말 우울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기는 합니다만 연초부터 우울한 영화를 보니 괜히 급다운 되어버리는 현상까지 발생하는군요. 친구 녀석은 "우울증 걸린 사람이 보면 정말 자살하고 싶겠다"라고 할 정도니까요.

원작을 재밌게 보셨거나 우울함 따윈 극장을 나서는 순간 날려버릴 수 있으신 분은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군요. 안 그래도 막막한데 영화나 보자 하면서 극장을 찾아서 이 영화를 보신다면.....그 이후는 책임을 못 질 듯 싶습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