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을 읽음에 있어서 그 스타일을 항상 '소설'에 치중해서 읽는 편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장르적 특성을 신경쓰지 않는 만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한 명의 독자로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무심결에 집어든 책이 바로 파우스트입니다. 물론 대략적인 큰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책에서 하나의 캐릭터로서 많이 나타나는 만큼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희곡임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무려 2권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더욱이 2권은 1권보다 1.5배는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괴테가 한 평생을 받쳐서 지었다는 것을 책의 분량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겉보기로만 느껴지는 부분이었고 내용적으로는 더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었죠.

1권에서는 순전히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계약을 맺고 파우스트의 개인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과 그 여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꽤 빠른 전개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 결말은 비극입니다. 아니 애초에 이 희곡 자체가 이미 그다지 좋은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직접 읽어보면 생각보다 비참한 결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2권에서는 그런 개인적인 욕구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범위에서 인간의 욕심이나 사랑, 시기, 질투 등 인간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은 의외로 복잡합니다. 파우스트나 메피스토펠레스가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지 않는 부분도 있고 에피소드도 이 얘기 저 얘기가 섞여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꽤 집중을 요하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사실 희곡이라는 것이 '문장'을 읽기는 상당히 쉽습니다. 캐릭터들의 대화들이 대본처럼 적혀 있기 때문에 소설처럼 한 페이지에 글자들이 빼곡히 적혀있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희곡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해야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상황 설명이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앞 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면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 바로 그 전설의 '율리시스'입니다. 대단했죠. 반년이나 걸려서 읽었으니까요. 이 책도 어쩌면 비슷합니다. 단순히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에 의한 파우스트의 파멸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좀 쉽게 손댈 순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율리시는 다시는 손을 못 댈 만한 책이었지만 파우스트는 다시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모든 부분을 이해하지 못 한 찝찝함이 계속 남아있을 것 같군요.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