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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 부임한 주인공에게 교장과 그 쌍둥이 동생은 돈을 내놓으라고 하죠. 문제는 이런 불편함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만약 고작 이런 부분에서 이미 영화에 대한 정감이 떨어진다면 안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도 관객들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나쁜 놈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영화는 그 따위 망상조차 처참히 부숴버립니다. 그렇지만 다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 법조차도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부분을 아주 철저하게 비춰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부분들조차 현실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죠. 현실은 그보다 더 더럽고 더 처참하고 더 무관심했다는 겁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요. 영화는 그러한 부분조차도 잘 비꼬아주고 있습니다. 씁쓸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어느 부분까지가 실제 내용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실제 그 사건에 대한 기사나 컬럼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만약 영화 속에서처럼 실제 언론에까지 공개가 되었음에도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 시점에서 재수사를 요청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뉴스에서 나온다는 것은 오히려 영화 속에서 보여준 현실의 답답함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죠. 이런 식으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다만 그것이 단발성으로 끝나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죠.

어쨌더나 이 영화는 현실의 더러운 부분들을 그나마 절제해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개봉 5일만에 백만명이 넘게 본 것이겠죠. 그 정도의 흥행이 될 만한 영화고 될 필요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한 번쯤은 극장에서 봐 주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덧1. 확실히 공유의 연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타고 있습니다만 절대 나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정유미의 연기도 기복이 없는 안정적인 모습이구요..

덧2. 애들이 참 고생했을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찍어야 하는 장면들이며 수화며 애들이 소화하기에는 벅찬 부분들이 분명 있었습니다만 묵묵히 아주 잘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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