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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실 별로 눈에 띌 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부산 항만 세관을 하면서 그냥 뒷돈이나 조금씩 챙기고 밀수품이나 조금씩 빼돌리며 사는 그냥 서민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런 행위가 걸려서 독박을 쓰게 되고 이 남자는 울컥하는 마음에 어떤 남정네들이 밀수입하려던 마약을 팔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를 만나죠. 여기서부터 이 남자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바뀌게 됩니다.

평소에도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심으로 넘쳐나던 이 남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성격과 박쥐처럼 여기저기 붙어다니는 성격으로 인해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게 됩니다. 물론 순수하게 자신의 세력은 아니지만 그 바닥에서 잘 나가는 인물이 되고 중간에 다른 놈과 놀아나려고 하다가 걸려서 된통 깨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검사와도 거래를 해서 그 바닥의 보스가 되고 말죠.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죠...

뭐 아니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이야기 구조로만 본다면 '대부2'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첫 느낌이 '대부스럽다'라는 것이었거든요.

대부2에서는 대부1편에서 권력을 잡은 마이클 꼴레오네와 과거 비토 꼴리오네의 성장기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토 꼴리오네가 미국으로 건너와 세력을 확장시키는 과정입니다. 사실 둘의 성격도 확연히 다르고 그 과정도 확연히 다르지만 그냥 어줍잖게 평범했던 인물이 그 바닥의 보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범죄와의 전쟁'에서 마지막에 최민식이 검사가 된 아들의 자식 즉, 손주를 안아드는 장면은 1편에서의 대부 비토 꼴리오네의 모습과 그 느낌이 비슷하더군요.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후속편이 나온다거나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이런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것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되거든요.


하정우 vs 최민식

현재 '연기파 배우'라고 할 만한 하정우와 최민식의 연기는 딱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최민식이 상당히 무게를 잡는 인물로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악마를 보았다의 영향인가요...) 상당히 가볍고 촐싹대는 인물을 보여주어서 그것도 나름 하나의 재미였죠.

그리고 하정우의 연기는 과거에 보여준 하정우의 연기 딱 그것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연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뭐랄까...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했던 만큼 최민식의 연기를 보는 정도의 재미는 없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최민식이 주인공인 영화인 만큼 사실 최민식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조연이라고 해도 무방해서 하정우의 연기가 얼마나 좋았냐 보다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느냐를 따지는 것이 더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조폭 영화....

한 때 국내에서는 조폭 영화가 엄청 많이 나와었습니다. 친구 이후로 말이죠. 그런데 그 중에서 뭐 제대로 된 이야기를 보여준 것은 몇 편 되지 않습니다. 개그로 가거나 판타지로 가거나 뭐 그랬죠. 사실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배경이 절묘하게 이루어져 묘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씁쓸한 결말이나 중간중간 거래를 해대는 모습들은 그러한 현실감에 좀 더 힘을 주고 있죠. 하지만 어쨌든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크게 판타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건 아무래도 최근 극장가에서도 터지고 있는 고발성 영화나 뉴스에서도 허구헌 날 터져 나오고 있는 사건사고들 때문일 겁니다. 현실도 만만찮게 판타지같다는 생각을 무의식 속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무의식을 가지고 이런 영화를 보니 오히려 영화도 현실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그런 묘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오랜만의 조폭 영화였다.....뭐 그거죠...


결론은...

어찌되었든 이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조폭 영화였습니다. 뭐 친구처럼 미화를 시키는 장면도 없고 우아한 세계처럼 가족애를 크게 중요시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냥 한 인간이 조폭이 되고 조폭의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을 큰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연출이나 구성은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보기에는 부적절하니 동성친구와 관람을 하거나 친동생/누나/오빠/언니하고나 관람하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부모님이 같이 보신다면 상당히 애매한 대화가 영화 후에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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