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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참 불안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 국내서 만든 '재앙 영화'는 없었거든요. 특히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더더욱 불안해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작들 중에서 제가 본 영화는 1편인데 그마저도 제 기준에서는 참 못 만든 영화였기 때문이죠.

 

낯선 감독과 낯선 소재의 영화....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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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진행이 꽤 빠릅니다. 첫 부분에 약간 주인공의 사정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곧 재앙의 시작으로 돌입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표현이 됩니다. 사실 그 과정이 꽤나 빠르게 진행되어서 나중에 무슨 얘기를 보여줄 지 불안했습니다만 사실 그런 불안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영화는 초중반까지 어디까지나 '자연재해로 보이는' 국가적 재앙 사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발생 할 수 있는 국가적 / 개인적 상항을 나름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익숙한 설정들이 많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무능하며 고집스럽게 대처하는 책임자들, 약을 구하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주인공 등의 모습은 어디서나 봐 왔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낯익은 설정들이 많지만 그것을 이끌어가는 연출이 좋았던 것인지 영화는 상당히 몰입감이 있는 편입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 가량 되지만 그런 상영 시간이 그닥 길지 않게 느껴질 만큼 영화는 전체적으로 몰입감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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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후반부로 가면 영화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으로 표현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런 설정에 대한 복선은 이미 영화 초반에 던져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재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죠. 중요한 것은 그런 인재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도면 양호하다....입니다.

 

자연재해를 가장한 인재의 원인과 음모는 나름 그럴싸하게 꾸며지고 있으며 전반부의 '자연재해' 부분과 연결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분위기가 뭐 급격히 변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음모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의 비중은 '가족'이나 '상황 표현'보다는 그러한 음모의 '뒷조사'와 '신약 찾기'로 많이 넘어갑니다. 따라서 재해로 인한 긴장감이 후반부에서는 꽤 줄어들고 대신 드라마적 성향이 많이 커지죠.

 

어쩌면 이러한 비중의 이동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괜히 가족 얘기로 끝까지 가면 너무 신파적으로 보이거든요. 사실 전반부만 해도 충분히 신파적이었기 때문에 후반부의 비중의 이동은 나름 좋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의 결말도 결국은 신파적이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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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김명민의 연기야 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되고 조금은 낯선 '문정희'라는 배우의 연기도 꽤 좋은 편입니다. 모성적인 측면과 기생충에 의한 심리적 압박 사이의 표현을 꽤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외로 김동완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뭐 원래 좀 껄렁한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껄렁한 형사 역에 잘 어울리더군요. 의외로 이하늬의 연기가 좀 거슬리는데 크게 비중도 없는데다가 잘 하는 것도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닌 연기를 보여주어서 뭐라고 판단하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만 극에 방해를 주는 정도는 아니라서 단점의 요소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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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는 상황 해결에 있었어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 동안 생각지도 못 한 화학공식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그렇게 개고생하며 약을 찾아다니던 주인공이 갑자기 짝퉁 신약을 만들어내는 공식을 떠올리는가 하면 수용소 감염자들이 그렇게 소화전을 켜려고 난리를 피워도 경찰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둥 상활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래도 초반 많은 의심을 품고 있었던 영화인 만큼 이 정도면 준수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사니리오나 연기나 연출 어느 것 하나 크게 뒤쳐지는 부분은 없고 소재도 매니아적인 성향이 아니라서 입소문만 좋게 퍼진다면 흥행에는 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김명민이 작품한 영화도 하나쯤 흥행에 성공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제가 보기에는 최근 개봉한 블럭버스터급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가족들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은 부모님들이 보시기엔 너무 만화틱하고 프로메테우스의 경우 너무 침침한 영화였지만 연가시는 나름 적당한 분위기를 가진 듯 싶으니 가족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 한 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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