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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미친듯이 나올지도 모르니 가급적 안 보신 분은 skip 바랍니다.**

 

2009년 2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2부인 다크나이트는 <히어로물>로서의 오락성은 물론이고 철학적 메시지의 전달에 있어서도 역대 최고의 배트맨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평단에게도 많은 호평을 받은 바가 있었죠. 그리고 그 영화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만드는 후속편은 눈꼽아 기다렸고 그 마지막이 개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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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불안하긴 했습니다. 근 몇 년동안 '3'이란 숫자를 가진 시리즈들이 쓴 맛을 보았기 때문이죠. 물론 놀란 감독은 큰 실망을 주진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불안하긴 매한가지였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 7:3 정도의 비율로 다행이 크나큰 실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조커 이후 8년 후를 그리고 있습니다. 적으로는 '베인'과 '캣 우먼'이 등장하지만 '캣 우먼'은 적에게서 제외하도록 하죠. 거의 배트맨 편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적이라고 하기에는 그녀가 주는 피해가 너무 미비합니다. 물론 그녀로 인해서 배트맨이 개박살이 나는 과정을 겪긴 합니다만 말이죠.

 

베인은 그야말로 엄청난 놈으로 나타납니다. 배트맨도 개박살 내고 고담시도 개박살 내죠. 톰 하디는 캐릭터를 정말로 잘 살렸다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위압적인 느낌을 풍기면서 그야말로 주위의 모든 것을 아작내 버리죠. 어떠한 배려도 호의도 정도 없습니다. 놀란 감독에서 나왔던 모든 악당들 중에서 가장 파괴적입니다. 그만큼 강하고 똑똑하죠. 원작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잊을 수 없는 허리꺾기도 포함해서 말이죠.)

 

캣우먼은.....물론 여러가지로 섹시하고 도발적인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미셀 파이퍼의 캣우먼은 능가할 수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딱히 영화에서 한 게 없어요. 처음에는 약간은 적대적인 캐릭터로서 배트맨을 조금 농락하지만 후반분에는 시민군을 위해 도와주긴 하는데 그렇다고 뭔가 키포인트로서의 역할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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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크나이트>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다크나이트>가 범죄액션 영화로서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들지 않으면서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죠. 물론 배트맨 사상 최강의 적 '조커'와 여러가지 의미를 던지게 만든 '투페이스'의 카리스마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을 뺀닥 하더라도 상당히 느와르적인 분위기로서 영화가 만들어졌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이 개박살나고 고담시가 개박살이 나는 상황을 겪지만 <다크나이트>와는 그 분위기가 완저히 다릅니다. 스릴러적인 느낌도 없고 서스펜스적인 느낌도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관객들에 따라서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후자에 속한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영화의 전개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암울합니다. 배트맨은 8년이 지나서야 그것도 부실한 몸을 일으켜 돌아왔고 베인이라는 놈은 그런 배트맨의 허리를 꺾는 것으로 모자라서 고담시의 허리도 꺾어버려서 거의 재기불능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이 와중에 분위기마저 느와르적인 암울한 분위기로 간다면 꽤 불편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놀란 감독은 순수하게 파괴를 원하는 악당과 그것을 막고자 하는 시민군(경찰+배트맨...??) 간의 전쟁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출은 영화 속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말이죠. 종반부의 경찰과 범죄자들 간의 대립은 상당히 스펙터클합니다. 전혀 cg가 쓰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긴장감이 돌지는 않습니다...놀란표 액션이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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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니 몇 자 적어보자면 실상 시민군에 배트맨은 거의 비중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조사는 합니다만 베인 등장 후 베인과 맞짱떠서 쓰러지기 전까지 약간과 이후 베인이 고담시를 점령하고 그 안에서 블레이크를 비롯한 시민군들이 이런저런 여러가지 준비를 하는 동안 배트맨은 허리고치고 감옥 탈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거의 캣우먼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폭탄이 터지기 하루 전날 돌아와서 사람들 좀 구하고 시민군에게 힘 좀 실어주고.....그리고....마지막에 핵폭탄과 함께 바다에서 산화를 하는 정도이죠. 덕분에 그 동안 다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해 주는 편입니다. 고든청장과 블레이크 및 캣우먼의 활동 등을 간간히 보여줍니다.

 

사실상 이전 시리즈에 비해서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만큼 이런 식의 전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여러 인물의 활동을 보여주는데 노력하는 부분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마지막에 배트맨이 말하듯이 <모두가 영웅>이라는 메시지에 부합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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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 그걸 다 보여주려다가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도 덩달아 줄어드는데다가 스케일은 커지고 액션은 많아졌지만 뭔가 중간중간의 편집이 비어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전작의 영향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죠. 하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는 크게 모난 부분은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엔딩의 짜릿함과 여운은 역시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핵폭탄을 터트리러 가는 배트맨의 모습과 그것을 지켜보는 고든, 블레이크 등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안타까움과 씁쓸함....그리고 엔딩에서의 더 큰 안도감과 여운은 이 영화가 대미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의 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끝이자 또 다른 비긴즈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긴 합니다. 물론 암시로서 끝나겠지만 그러한 소소한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준 것을 보면 역시 놀란 감독은 그 캐릭터에 대한 애증이 조금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금은 놀란 감독이 만드는 그의 이야기를 극장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내 맘대로 별점 : ★★★☆

 

 

덧. 엔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그건 환상이 아니라 완전히 은둔한 실제 웨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동항법장치도 스스로 고쳤다는 얘기를 흘려주니 말이죠. <다크나이트>에서 하비덴트가 말한 내용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을 스스로 실행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2. 역시 돈이 없어도 여자가 꼬이는 사람은 꼬이기 마련인가요....도대체 몇 명이여.....

 

덧3.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부분은 워낙에 암시가 많아서 영화 초반부터 금방 눈치챌 수 있겠던데 코믹을 모른다면 무슨 캐릭터를 말하는지 모르실 분들이 많겠더군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 길에 들리는 "로빈이 누구야?"라는 얘기는 엄청나게 들은 듯.

 

덧4. 베인과 캣우먼이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작에서조차 베인과 캣우먼은 조커와 투페이스에 비하면 그다 1군에 속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니까요.

 

덧5. 역시나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리턴즈> <나이트폴> 코믹을 보신 분이라면 내용 이해가 쉽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좀 더 느끼시고 싶으시다면 안 보시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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