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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작품. 피에타를 보고 왔습니다. 제목부터 [자비를 베푸소서]라니....역시 김기덕 감독답다. 라는 생각과 함께 당연히 홀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만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있더군요. 한 열명쯤요. 제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극장서 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만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같이 관람을 하기는 처음인 듯 싶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의 홍보가 조금 먹힌 것일까요? 아니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일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일까요? 뭐 이러니 저리니 해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마이너스 작용을 할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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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는데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영화는 '강도'라는 인물과 '엄마'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도'라는 인물은 돈을 빌려간 사람들을 찾아가 불구로 만들면서 그 보험금으로 수금을 해 오는 인물이죠. '엄마'라는 인물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에 대한 '동기'는 밝혀주죠. 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의 어떠한 정보도 관객들에게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모니터까지 하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영화의 편집은 상당히 거칩니다. 제 눈이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약간 촛점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연기자가 눈에 띄는 실수를 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 촬영 장면을 생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행이도 저는 그러한 편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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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하루하루를 수금을 하면 살아가던 강도에게 엄마라는 인물이 '내가 니 어미다'를 반복하며 강도를 쫓아다니다가 결국은 같이 살게 됩니다. 영화는 이 부분부터 전반부 / 후반부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합니다. 일단 강도라는 주인공의 성격부터 바뀌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최종적으로 벌어질 일들의 서막이 시작되기도 하죠.


사실 이러한 변화는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저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초중반까지의 '악'으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던 강도는 엄마라는 존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시작하는데 시나리오나 구성이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제가 보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두 면모를 너무 짧은 시간에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 이런 극단적인 전개가 오히려 더 신경 쓰이더군요. 뭔가 중간 전개가 없어진 듯한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삭제 장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흐름이 변할 것 같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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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감독의 전작들보다 영화는 많이 순해졌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단점으로 생각하였던 부분 중에 하나죠. 뭔가 김기덕 감독 스타일이긴 한데 그 스타일이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좀 불만인 것이 김기덕 감독은 과거 한국 관객들은 자신의 영화를 알아봐주지 않는다면서 국내에서는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스스로 더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그 수위가 낮아졌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아무리 본 작품에서 여성을 당하는 입장으로 그리고 있고 사회적 문제점들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예전 김기덕 감독이었다면 이번 영화보다는 훨씬 더 매니악하게 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극장서 보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구요.


앞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저로서는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과거의 스타일로 갔으면 합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다음 작품도 좀 더 대중적 스타일의 영화가 되리라고 생각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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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많이 적었지만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항상 보고도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구요. 어쩔 수 없이 두세번 보게 되죠. 그런데 웃긴 것은 보면 볼 수록 영화가 재밌어 진다는 겁니다. 매니악한 부분도 적응이 되구요.


이번 피에타도 비슷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거나 보지 못 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그래서 보고 나서 많이 곱씹어 보게 됩니다. 내용도 매니악하고 비쥬얼도 매니악하지만 이렇게 곱씹어 보게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함께 극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다들 bad에 가깝더군요. 그래도 한 번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변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내 맘대로 별점 : ★★★☆



덧1.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얘기가 빠졌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조민수씨와 이정진씨의 연기는 꽤나 섬뜩합니다. 그 섬뜩함은 초중반을 넘어서게 되면서 상당히 극으로 치닫는데 꽤 짜릿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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