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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올해 마지막 한국 블럭버스터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 김지훈 감독의 '타워'를 보고 왔습니다. 글쎄요. 저는 화려한 휴가는 나름 괜찮게 보았습니다만 역시 7광구는 완전히 졸작으로 보았던지라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묘하게 오락영화로는 괜찮다는 얘기들이 많아서 일단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일단 몇 수 접고 들어갔음에도 7광구한테 당한 부분이 워낙에 컸기 때문이죠. 상영관에 들어가면서까지도 조조임에도 많이들 앉아있는 관객들을 보면서 '아....저 중에서 몇 명이나 만족하면서 나갈까?'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참 다행인 것인 영화가 때깔은 참 괜찮았다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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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야기야 다들 아시다시피 '타워 스카이'라는 가상의 고층 건물에서 벌어지는 재난 화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정말 당연하게도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시간적 설정과 더불어 '가족의 이야기'는 연말 개봉작 답게 필수 요소로 들어가 있구요. 일단 제가 처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쓸데없이 가족 이야기를 많이 집어넣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감동을 주기 위한 작위적이고 흔해 빠진 연출이 꽤 나오긴 합니다만 비중으로서 '가족 이야기'를 들자면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의 농도가 짙든 묽든 최소한으로만 보여주면서 그 나머지를 액션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야기에 별 다른 특색이 없고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 줄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화끈하게 CG를 이용하여 액션의 비중을 늘린 부분은 차라리 좋았습니다.

 

게다가 7광구의 CG를 생각해 보면 타워에서 보여주고 있는 CG 기술은 대단할 정도입니다. 분명 63 빌딩 옆에 세워져 있는 저 빌딩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진짜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빌딩의 CG는 대단합니다. 물론 빌딩 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의 화재 묘사도 대단히 사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CG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질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겠더군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들도 괜찮았습니다. 하기사 7광구나 화려한 휴가 때도 배우들의 연기가 나빴다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만 김상경이나 설경구, 손예진, 김인권, 안성기 등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꽤 좋습니다. 유달리 얼굴 클로즈업이 많다고 생각되었음에도 그 클로즈업 장면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로 배우들의 표정 연기는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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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너무 일반적이었으며 지금까지 맡아왔던 캐릭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김상경 씨나 손예진 씨만 보아도 지금껏 드라마, 영화에서 익히 보아왔던 그런 캐릭터였고 김인권 씨 또한 지금껏 보아왔던 개그 캐릭터 그 수준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 작품에서는 개그의 양이 확연히 줄긴 했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설경구 씨 또한 몇몇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비장미 넘치고 반항아 스타일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나머지 조연들 또한 가장 본인스러운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는데 이건 마치 배우를 생각해 놓고 캐릭터를 만든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캐릭터들의 성격을 감독은 제대로 조율하고 있지 못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그리고 장점으로 얘기해드렸던 CG 부분이 극후반부에 가서는 좀 망가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만 완성도의 차이는 나는 편이라서 좀 아쉽더군요. 마무리까지 신경을 좀 써줬다면 역대 최고의 CG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연출이 너무 안일합니다. 너무 무난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려다 보니 흔히 보아왔던 공식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살아남는 뻔한 결말에 이르게 되죠. 심지어 죽을 것 같았던 사람도 아무 이유없이 살려내 버립니다. (사실 누가 봐도 100% 죽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삶과 죽음에 긴장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가 죽을지 누가 살지를 이미 영화 시작하고 20분 만에 관객들은 파악할 수 있거든요.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과감히 노선을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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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분명 호불호가 나뉘긴 할 겁니다. 아무리 이래도 어느 정도 단점은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무려 CJ 배급인데다가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정말 무난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7광구와 같은 망작이 되거나 흥행 실패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연말 분위기에 좀 어울리기도 하구요.

 

그리고 '호빗'이나 '레 미제라블'보다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재 극장가를 본다면 적어도 5백만 이상은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이 되지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냥 흘려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덧. 영화를 보는 내내 뒷자리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쉴 새 없이 얘기를 하는데 최소한 극장 매너는 좀 가르쳐주고 데려왔으면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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