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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달(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2월달)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류승완 감독은 지금껏 블럭버스터(라고 쓰긴 썼지만 헐리우드 수준의 블럭버스터라기보다는 그냥 큰 스케일의 영화라고 해야겠죠.) 급의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고 작품들의 성향을 보면 마이너에 가까운 작품들이 많았기에 그런 마니어 성향을 만들던 감독과 대자본이 만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아주 많았습니다.

 

게다가 거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당거래' 경우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알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만큼 관객들에게 꽤나 큰 쇄기를 박아준 덕분에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더불어 (리뷰를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상하리만치 영화의 완성도를 두고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있었구요. 어쨌든 사설은 그만하고 영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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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요 캐릭터 4명을 중심으로 진행 됩니다. 북한의 영웅(?) 표종성(하정우)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표종성의 아내이자 통역관 련정희(전지현) 마지막으로 북한 킬러(?) 동명수(류승범)이죠. 영화의 전개는 빠른 편이라서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표종성과 관련하여 사건이 터집니다. 그리고 일은 점점 꼬여서 모든 일이 음모라는 것을 안 표종성과 련정희가 반역자로 몰리고 정진수가 이들을 잡고자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가 동명수에게 잡혀가고 표종성과 정진수가 손을 잡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로 흘러가죠. 사실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만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파악을 하는데 있어서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이게 단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는 부분인데 분명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부분까지 배우들이 관객에게 던져주는 대사는 많습니다. 대사가 많으면 당연히 정보량도 많아야 되는데 그 정보가 별로 없어요. 사실 이건 이야기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사의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그러니까 배우들의 발성 / 텍스트 그 자체 모두를 아울러서 말이죠.) 분명 영화라는 매체는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중요한 만큼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주위 환경 설정에 있어서 약간의 애로 사항이 꽤 있어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가 잡혀가는 부분으로 이 부분에서 표종성은 납치범들의 차에 매달려 꽤 긴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런데 아침 시간임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주위에 정말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명의 사람도 차도 없어요. 그런데 다음 씬으로 넘어가기 직전을 보면 대로변에는 차들이 아주 생생 달리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리 메인 연출이 좋다고 하더라도 어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거든요. 주연 배우들의 연기 뿐만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따른 엑스트라들의 반응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영화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걸로 시작을 했는데 이왕 얘기한 김에 단점을 좀 더 얘기해 보자면 마지막 동명수 무리와의 일전도 파트의 구성에 있어서 꽤 어색했습니다. 분명 국정원 베를린 지부는 처음부터 북한의 김일성 / 김정일의 계좌 추적을 위한 미션을 수행 중이었고 중간부터 일이 틀어져 그 목적이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북한을 계속 쫓고 있더란 말이죠. 그런데 마지막 파트에서 중요한 증거를 잡을 수 있음에도 다른 일이 있다고 단 한 명의 요원도 보내지를 않는데 뭔가 참 이상하더군요. 상황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이렇게 단점을 보자면 대체로 '연출'에 있습니다. 그것도 다른 부분보다도 상황 설정에 있는 편이죠. 글세요. 류승완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대규모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상황 설정에 꽤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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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좋은 점을 생각해보죠. 일단 액션은 '살아있네!~'라는 반응을 듣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언론 시사에서 기자들이 SNS에 올린 내용부터 시작해서 BOURNE 시리즈를 언급하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저는 전혀 다르게 보았습니다. 물론 본 시리즈가 액션에 있어 완전히 다른 획을 그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베를린이 본 시리즈와 같은 액션을 보이냐면 저는 아니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약 베를린의 액션이 본 시리즈와 같다는 얘기가 나올려면 이미 짝패부터 나왔어야 했다고 봅니다.) 저는 베를린에서 나오는 액션 장면들이 짝패에서의 액션에 본 스타일의 액션이 합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즉,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베를린의 액션은 본 시리즈나 007의 액션을 하나의 오마쥬라고 할까요? 그런 식의 참고라고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뭐 어쨌든 그런 얘기가 나올만큼 베를린의 액션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고 저도 꽤 만족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지만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음모, 남한 국정원의 등장 등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만' 등장시킬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흥미로운 내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이야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해를 못 할 수준의 어려움도 없고 그렇다고 끝까지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 하게 진행이 되지도 않기 때문에 부당거래에 이어 이번에도 류승완 감독의 능력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우들의 열연도 대단합니다. 특히 표동성 역의 하정우 씨는 정말 상당히 X고생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몸을 상당히 많이 씁니다. 구르고 부스고 터지고 떨어지고 날라가고 뭐 이런 식의 액션은 죄다 하정우 씨 혼자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석규 씨의 연기도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발성에 있어서는 가장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들려준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전지현 씨도 도둑들에 이어 이번에도 몸을 좀 쓰는 장면이 많던데 캐릭터 변화와 함께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류승범 씨는.....용의자 X에서 연기 변신을 좀 하나 싶었더니 역시나 이번에도 좀 껄렁해보이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더군요. 무게를 잡을려면 죽 잡고 나가야 되는데 처음에는 좀 잡다가 중간중간 쓸데없는 개그 드립을 날리니 가장 아쉬운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건 공통의 문제인데 묘하게 북한 사투리(?)가 어색하더군요. 조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인물들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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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얘기나 비교하는 얘기들이 많던데 도대체 왜 그런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상황, 캐릭터, 배경 등 어느 것하나 비슷한 부분이 없습니다. 단순히 액션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걸 영화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최근 국내 영화에서 표절 얘기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러한 부분을 아무데나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밌으면 그냥 재밌다고 하면 되는 것이고 표절이면 표절에 대한 자세한 근거를 제시해야죠. 예전 활과 아포칼립토의 비교글 정도로요. 정확한 근거도 없고 그냥 자신의 느낌만으로 비슷하니 똑같다느니 등의 얘기는 없어질 때도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쉬운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역시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류승완 감독의 첫 번째 대작이며 그 완성도도 나쁘지 않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암시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꼭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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