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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명절 행사로 인해 의도치 않게 7번방의 선물을 보고 왔습니다. 뭐 볼 생각은 없었지만 공짜로 보여준다는데 (그것도 스타리움에서) 마다 할 필요는 없는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죠. 그런데 극장을 나올 때도 즐거운 마음은 아니더군요.

 

이상하리만치 요즘 극장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긴 해서 조금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어째서 이런 영화가 그렇게 상한가를 치고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배급사도 new 입니다. 아무리 국내 대형 배급사 중에 한 곳이라고 해도 cj가 배급을 맡고 있는 베를린과 비슷한 상영관을 점령했다는 것도 이상하더군요. 뭐 이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고 영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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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스타일로 시작됩니다. 정신지체 아빠(용구)와 똑똑한 딸(예승)은 아주 착하게 살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살인 사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면서 메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우연찮게' 한 세력의 두목을 지켜낸 용구는 딸을 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고 수감자들은 어쩌어찌 그걸 또 들어줍니다. 그런데 결국은 들키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넘어갑니다.

 

사실 스토리만 보면 이 영화는 지독하게 가족 중심적인 스타일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꼭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적인 부분과 함께 코미디 요소가 상당히 들어가 있고 여기에 사회 문제점을 고발하는 부분도 끼어들어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과 구성만 보면 이 조합은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각각의 구성이 조금씩 모자라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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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드라마적인 부분 즉, 감동 코드를 얘기해 보죠. 안 그래도 요즘 한국 영화에서 이 감동 코드는 말이 많은 편입니다. 아주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죠. 최근 영화 중에서 '타워'도 역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타워는 나름 무난하게 본 편입니다만 이 영화는 심각하리만치 '노리고' 있습니다. 그 노림수는 너무나도 눈에 보여서 심하게 말하면 짜증이 날 정도였죠. 가장 가관이었던 부분이 마지막에 살려달라고 했던 부분입니다. 차라리 예승이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퇴장을 했더라면 깊은 여운과 함께 여러 감정이 나왔으리라 생각되었는데 굳이 거기서 또 억지로 한 번 더 터트리려고 하더군요.

 

왜 유독 요즘 들어서 이렇게 '느껴질' 정도로 노림수가 많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의 감동 코드는 감독이 노리고 만든 것이죠. 그런데 그러한 노림수가 눈에 티가 난다면 이건 뭐 밑장 빼기하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노렸으면 그 노렸다는 것조차도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억지스러운 감동 코드를 억지로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개그를 좀 보자면 오히려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잘 녹아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저질 개그도 없고 조연 배우들의 연기로 개그가 한층 더 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터지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다행인 것은 장르를 코미디로 분류해 놓았기에 그나마 개그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지 만약 드라마나 다른 장르로 되어 있다면 이런 부분도 꽤나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게다가 이미 앞서 말했던 '감동 코드'와 '코미디 코드'가 엇갈리고 있는데 여기에 사회 문제를 조금씩 집어 넣고 있습니다. 마치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던 홀리데이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 속 시사점은 오히려 괜히 집어 넣었다고 생각 될 만한 밍숭맹숭합니다. 장르는 코미디인데 내용은 드라마고 그나마 개그는 좀 터지지만 개그와 드라마가 따로 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따로 놀게 만드는 이런 요소를 넣은 것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난국에 빠져버리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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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졸작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적절히 개그도 터져주고 간간히 눈물도 흘리게 하는 만큼 가족 영화로서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도 나쁘지 않고 적절한 재미를 주고 있죠. '타워'가 그랬던 것처럼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현재 극장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합니다. 이미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포텐이 터진 류승룡은 무슨 연기를 하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등 조연들의 힘도 막강합니다. 특히 다 큰 예승이 역을 맡은 박신혜는 완.전. 예쁘게 나오고 꼬맹이 예승이를 맡은 갈소원이라는 어린이도 완.전. 귀엽게 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오디션에서 꼴찌를 했답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답답해집니다. 딱 하나의 예로만 들어서 오늘 새벽(00:20분 쯤?)에 설날 특선 영화로 틀어주었던 '언터쳐블 1%의 우정'만 봐도 이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더 웃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 억지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아니 굳이 해외 영화가 아니더라도 '언터쳐블' 바로 전에 틀어준 '댄싱 퀸'만 봐도 이 영화보다는 재밌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현재 한국영화는 '재미적' 완성도를 논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어떻게 만들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을 하거든요. 그렇다면 이제는 그 외 부분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선한 스토리, 신선한 연출 기법, 새로운 기술 등 말이죠. 한 때 정말 신선한 내용을 가지고 신선한 연출을 선보였던 때가 있었죠. 뭐 완전 옛날도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이 과도기일지도 모르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답답한지도 모르겠네요. 조금만 더 나가면 다음 단계로 나갈 것 같은데 터지질 않으니까요.

 

글쎄요. 영화 이야기보다 잡설이 더 많았습니다만 왠지 한 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아서 얘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영화는 호불호가 대단히 확실합니다. 감동을 완전히 받던지 아니면 저처럼 아예 못 받던지 둘 중 하나더군요. 어중간하게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못 받은 것 같기도 하다...뭐 이런 얘기는 없습니다. 그러니 애인이 있거나 가족과 영화를 볼 예정이신 분들은 한 번쯤 찾아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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