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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특가로 풀려서 구입했던 '멋진 하루'를 감상했습니다. 사실 감독이 누군지도 잘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감독의 전작들은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인지라 사실 이번 영화를 감상하는데 참고가 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아마 제가 이 영화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전도연과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구입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는 두 주연 배우에 기대를 걸었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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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헤어진 연인 병운에게 돈을 받으러 간 희수와 그들의 하룻동안의 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습니다. 돈이 없는 병운은 희수의 돈 350만원을 돌려주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만 만나러 다니게 되고 영화는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옴니버스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특별한 이야기가 없음에도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희수와 병운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그런 다양한 인간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일상과 별반 차이가 없는 정말로 그냥 다양한 인간 군사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죠.

 

여성 CEO, 자식이 딸린 이혼녀, 거만한 부잣집 도련님, 독특한 취미를 즐기는 친구, 입이 싼 친척들 등 영화 속에서 희수와 병운이 만나는 사람들은 전혀 멀리 있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러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주 소식을 듣게 되는 사람일 수도 있죠. 사실 관객들이 어떻게 그 사람들을 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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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런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두 주연 배우 특히, 전도연이 맡은 희수라는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가 왜 병운을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했는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직접적인 이유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영화 중후반쯤이나 되어서야 자신이 결혼도 못 하고 직장은 짤렸고 그렇다고 비정규직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대뜸 생각나서 찾아갔다...라는 정도로 밝히고 있죠. 결국 어쩌면 희수도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기분도 꿀꿀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먹먹하고 그렇다고 방구석에 있기는 싫어서 그래서 대뜸 생각난 옛 애인을 찾아가서 그냥 하루를 보내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영화 초반의 까칠했던 희수의 모습은 그런 여러가지 스트레스에다가 자신보다 처지가 결코 낫지 않음에도 낙천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며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병운이 왠지 질투나서 그런 것 같더군요.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 희수의 성격은 눈에 띄게 변하는데 가장 큰 변화의 단계를 보여주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병운의 조카를 데리러 간 곳에서 희수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병운에 대한 질투가 누그러들었는지 조급했던 초반과는 달리 꽤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희수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이템이 '내비게이션'이었죠. 초반만 하더라도 희수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내비를 박스 트렁크에 넣어두는 등 뭔가 필요 이상으로 집착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중반을 다다르면서 차에서 내릴 때도 그냥 내비를 두고 내리게 되죠. 처음 주차장을 찾아 건물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던 모습도 중반에는 그냥 적당히 주차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사에서도 초반에는 '너 때문에~'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던 희수가 중반쯤부터는 '나 때문에~'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도 그런 변화 중에 하나겠죠.

 

사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결혼도 못하고 직장도 짤리고 그렇다고 비정규직이 되기는 싫은 그런 캐릭터가 희수인지라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가장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심리적 변화를 가장 크게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다른 캐릭터도 중요하죠. 병운의 낙천적인 성격도 그렇고 주변의 여러 인물들도 있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메인 캐릭터는 희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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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런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꽤 담담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큰 기교가 느껴지지도 않고 하지만 그렇다고 없어보이는 소위 싼티나는 연출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특히 초반 오프닝에서 보여주던 롱테이크 장면은 꽤 괜찮았습니다.

 

영화 자체가 대부분 현장 촬영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이 포근합니다. (물론 스튜디오 촬영이었다고 해도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물론 영화를 찍을 때의 계절이라든지 촬영 시간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두 캐릭터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사실 그런 포근한 비쥬얼은 어울리지 않을 법도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상황이 사실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듯한 연출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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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밌었습니다. 주연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고 (하정우의 식사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흠...) 전체적인 비쥬얼도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워낙에 덤덤해서 큰 재미를 못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런 덤덤함이 곧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이야기는 덤덤한 편이지가 지루하지가 않아서 끝까지 몰입해서 볼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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