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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영화 중에서 소재가 조폭인 영화들은 대체로 좋은 평을 받지를 못 합니다. 아니 일단 그런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이미지가 좋지가 않죠. 하지만 사실 조폭 영화라고 해서 절대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가 아닙니다. 해외 영화를 예로 들면 대부가 있고 국내 영화를 보면 친구가 있죠. 그런데 이런 조폭 소재의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이 가문의 영광과 같은 조폭물의 시리즈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고편을 보기 전 신세계라는 조폭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정재, 황정민,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나와도 이야기의 재미가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생각에 아주 강하게 뒷통수를 치는 영화더군요.

 

//                                                이 밑으로는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무간도나 디파티드와 비슷합니다. 경찰이 전국구 조직의 내부에 첩자를 심어두고 이를 이용해서 조직을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만들려고 하죠. 바로 이 첩자가 이자성(이정재)입니다. 그리고 이자성을 심은 경찰이 강과장(최민식)이죠. 이자성을 끝까지 믿어주는 조직 인물로 정청(황정민)이 있으며 조직 내에서 정청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인물이 이중구(박성웅)입니다.

 

극에서 중요한 인물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날 때까지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죠.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믿어주는 관계가 이자성과 정청입니다. 정말 생각 외의 관계죠. 하지만 이들의 이런 관계는 영화의 결말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이 정도로 밝혔다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시겠지요.

 

그런데 이런 치고 박는 영화의 전개가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느긋느긋하면서 여유롭게 진행이 되죠. 그런데 관객이 느끼는 속도 상당히 빠릅니다. 사건 / 사고들이 아주 빨리 일어나고 정리가 되어 가는데 이런 속도에도 불구하고 내용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상당한 몰입감을 주어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 줍니다. 134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이야기에 있어서 특별함은 없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죠. 그래서 감독이 무간도나 대부가 생각나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왜냐면 영화는 무간도나 대부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거든요. 물론 그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나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말과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똑같아 질 수 있는 각본을 바꾸기 위해서 감독이 꽤나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고마울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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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얘기를 해보자면 이 영화는 오로지 '이정재의 재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이정재씨의 연기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도둑들에서는 순 양아치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 캐릭터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정민이야 처음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영화가 달콤한 인생에서의 조폭 캐릭터였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대단한 조폭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민식은 이전까지의 혼을 불사르는 듯한 연기를 벗어나 그냥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분위기는 압도적이죠.

 

그 외에 좀 눈여겨 본 인물은 이중구 역의 박성웅입니다. 주조연급으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대단합니다. 정말 관객들까지도 움츠러들게 할 정도의 강렬한 눈빛 연기와 대사를 날려줍니다. 다른 인물들보다 액션이 적었지만 기억에 남은 것을 보면 그의 연기는 충분히 먹혀들어 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조연으로 나온 멍지효송지효는 아름답게 나옵니다. 쌍화점에서도 그렇고 다른 극에서도 보면 송지효는 참 단아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단아한 이미지가 아주 잘 어울리면서 아주 예쁘게 찍혔습니다. 연기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요...;;;;

 

그리고 류승범도 나왔던데 어딨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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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배우들의 연기에 비쥬얼의 완성도는 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비쥬얼을 보여주지만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카메라 워킹과 앵글 등이 많이 나옵니다. 대표적이 예가 황정민의 엘리베이터 씬이고 다른 하나로 클로즈업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정민이 찍은 엘리베이터 액션 씬은 마치 올드보이의 최민식씨가 찍은 장도리씬처럼 투박하고 마구잡이식 액션을 보여주지만 관객을 흥분시키는 그런 카메라 앵글과 배우들의 액션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과하다라고 할 만큼 클로즈업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그런 클로즈업을 영화는 정말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클로즈업으로만 끝나지 않고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풀 샷으로 줌 아웃 시켜주는 등의 변화는 클로즈업으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이밍을 적절히 끊어주는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영화의 비쥬얼은 정말 때깔이 좋게 나옵니다. 멋있어요..

 

올해는 그 시작부터 잘 만들어진 국내 영화가 극장가에서 활개를 치는 것 같습니다. 상영관 수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개봉하는 영화 수를 생각해 봤을 때도 재미를 느꼈던 영화가 국내 영화가 많았으니까요. 사족이긴 합니다만 다른 좋은 영화도 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상영관 수를 지켜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보고 싶네요..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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