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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블럭버스터 중 한 편인 [월드워Z]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영화 제작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원작 소설을 읽었었는데 제가 정말로 지루하게 읽었던 책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도대체 이런 옴니버스 구성을 가진 내용을 어떻게 만들려고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원작을 보면 거의 같은 구성의 이야기를 배경만 바꿔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지속되었거든요. 그 만큼 책의 이야기는 저에게 흥미를 주지 못 해서 영화화도 그다지 기대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만 영화 예고편을 보니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만드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약간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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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부터 아주 휘몰아칩니다. 세계에서 전염병이 발병한다는 뉴스를 보여주면서 타이틀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이 꽤 강렬한 편이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십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영화 바로 본 궤도에 올라갑니다. 정말로 미친듯이 불어나는 좀비와 그들을 피해 달아나는 인류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원작과 가장 비슷한 부분이라면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이야기의 주된 느낌은 좀비를 이용하여 '호러'를 느끼게 해주기보다는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꽤 현실적입니다. 미 대통령은 어떻게 죽는지도 보여주질 않는데 이미 죽어있고 의원들은 혼란스러워하죠. 인간들은 그나마 미항공모함 등을 이용하여 고립 된 지역으로 대피를 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불필요한' 인간들을 걸러내어 다시 대륙으로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 와중에 주인공은 과거 UN에서 일하던 능력을 인정받아 다시 최전선에 뛰어듭니다. 바이러스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어린 하버드 교수와 함께 남한으로 와서 바이러스의 시발점을 찾으려고 합니다만 역시 어린 박사는 주인공의 말을 안 듣다가 죽습니다. 결국 주인공 혼자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으려고 미친듯이 뛰어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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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호러'보다는 '재난'에 치중을 하는 만큼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상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개공생을 한 만큼 바이러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찾아내게 되고 이를 이용해서 반격을 시도하는 부분까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죠.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그저 그런 블럭버스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야기만 보면 오히려 '맨 오브 스틸'보다도 가볍고 단순합니다.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꽤 볼만했던 이유는 좀비를 이용한 물량공세라는 것을 아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맨 오브 스틸'과 비슷한 부분이긴 한데 엄청나게 빠른 좀비 (진짜 엄청나게 빠름)들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오는 모습은  대단한 장관입니다. 그 어떤 좀비 영화에서도 좀비를 이용한 이런 대규모 물량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그 비쥬얼은 꽤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소설과는 가장 다른 부분 중에 하나이며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에 하납니다.


그리고 의외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브래드 피트야 이젠 노련한 연기파가 된 만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의 부인으로 나오는 미레일리 이노스라는 배우도 꽤 절제 된 연기를 잘 보여줍니다. 둘의 자식으로 나오는 아역들도 꽤 괜찮구요.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재난 영화에서 액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결말을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이 영화는 아예 중간에 끊어버린 듯한 느낌도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영화의 엔딩이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꽤 어울립니다. 영화의 분위기와도 잘 연결되구요. 한 가지 불안한 느낌은 이런 엔딩을 이용해서 괜히 2편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이런 여운을 괜히 이용해 먹거나 하면 그 결말이 좋은 적이 없었거든요. 어쨌든 지금 상태로 아예 끝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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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만약 좀비를 이용한 호러를 느끼고 싶어하시는 분들이나 이야기에 있어 반전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사실 추천 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것들하고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색다른 스타일의 좀비 영화를 원하신다면 그리고 좀비를 이용한 대규모 물량 공세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는 아주 제격입니다. 전혀 불만이 있을 수가 없을 겁니다.


올해 2번째 블럭버스터 기대작으로서 괜찮은 작품이었던지라 개인적으로 추천을 능히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어디까지나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해당하는 얘기입니다만 블럭버스터 영화로서도 괜찮은 작품이니 데이트 용으로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맘대로 별점 :


덧1. 올해 블럭버스터들 맨 오브 스틸이나 월드워Z나 음향이 상당히 묵직해서 이후 블루레이 타이틀이 꽤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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