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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동 떨어진

액션과 드라마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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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라고 하면 사실 완전한 A급 혹은 메이저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이 전작들을 보면 그나마 유명한 영화가 '미믹' '블레이드2' '헬보이' '판의 미로' 정도인데 사실 이 영화들 중에서 블레이드2를 제외하면 그 중에서도 가장 그의 색깔을 강하게 보여 준 영화는 '판의 미로'였죠. 물론 '블레이드2'도 나름 영화의 흥행과 함께 후속편 제작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지만 영화를 좀 봤다 싶은 분들이라면 그의 필모 중에서 '판의 미로'를 가장 좋아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는 블레이드2나 헹보이와 같은 어느 정도 수준의 블럭버스터 영화도 찍었지만 '블레이드2' '헬보이1,2'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블레이드 밖에 없었죠. 물론 완전히 개인의 취향 문제이지만 그의 색깔이 물씬 들어간 헹보이의 경우는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최악의 작품 중에 하납니다. 그래서 이번 퍼시픽 림도 약간 불안함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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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는 봐야 알 수 있는 법인지라 감상을 하고 왔습니다.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차마 아이맥스까지는 못 가고 일단 일반 디지털로 보고 마음에 들면 아이맥스를 보러 갈 생각이었죠. 하지만 아마 아이맥스로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물론 몇몇 부분에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요.


영화는 시작부터 거대 괴수 카이쥬와의 대결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형이 시작하자마자 사망하죠. 그리고 주인공은 가까스로 살아 남습니다. 그리고 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거대 로봇 예거의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 각 나라의 수장들은 예거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거대 성벽을 쌓습니다. 하지만 카이쥬에게 바로 털리게 되고 이제는 레지스탕스처럼 단독 집단이 된 몇몇 인원들이 다시 예거 프로젝트를 되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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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케일은 대단합니다. 카이쥬와 예거의 전투는 큰 놈끼리 싸운다는 느낌을 들게끔 하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케일이나 전투에서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특히 중후반 홍콩에서의 전투는 그러한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최근 '트랜스포머'에서 변신 로봇을 현실화 시켰듯이 '퍼시픽 림'에서는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느낌을 어느 정도 실현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큰 놈끼리의 대결은 그야말로 흔히 말하는 오덕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나왔던 엘보우 로켓이나 가슴팍에서 미사일을 쏘아대는 부분이나 컨테이너를 들고 거대 괴수를 박살내는 장면 등등 감독은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 영화의 모든 장점이 그 정도 선에서 끝이라는 겁니다.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대결을 현대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이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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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 즉,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완전히 개떡같은 편집과 연출의 연속이라는 겁니다. 한 가지 예로 초반에 주인공의 형을 죽인 것은 마치 주인공에게 뭔가 시련을 주기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이건 아무런 장치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무슨 시련을 겪는지 그리고 돌아와서 무엇이 변했는지 등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단순히 주인공을 잠시 떠나 보내기 위한 용도 밖에는 없죠.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적으로 뭔가 불필요한 부분들 혹은 뭔가 연결이 석연찮은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맨 오브 스틸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한데 그것과는 또 다릅니다. 맨 오브 스틸의 경우 감독판 등을 통해서 그 연결고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퍼시픽 림은 뭔가 추가 될 만한 요소조차 안 보입니다. 그야말로 드라마 부분에서는 답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그리고 괴수와의 전투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전투의 동선이 잘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의 문제보다는 왜 싸우는 시간과 장소가 항상 밤이나 심해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죠. 솔직히 이 정도의 블럭버스터를 만들 정도면 대낮 전투씬 정도는 과감히 나와주어야 느낌이 산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당히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거대 괴수나 로봇에서 전혀 실사의 느낌이 나지를 않습니다. 이게 의도인지 아니면 자금이 모자라서 이렇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이러한 그래픽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래도 요즘 추세는 실사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트랜드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거부감이 들긴 합니다. 몇몇 세트장을 제외하면 이번 작품도 거의 풀 cg에 가까운 수준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던 아바타보다도 더 애니메니션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맥스가 없습니다. 그냥 죽 로봇과 거대괴수와의 대결이 반복되는데 이러한 반복 패턴은 마지막에 5등급인 최고 크기의 카이쥬가 나오고 뭔가 끝을 봐야 하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도 그다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 합니다. 오히려 여기서 클라이맥스를 찾자면 홍콩에서 대결을 펼치는 부분에서 5등급 카이쥬가 나와 클라이맥스를 맺고 마지막에 외계 행성을 쳐들어가는 전개였다면 뭔가 클라이맥스에 대한 쾌감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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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에 한 편이었는데 기대감이 좀 높았던 것일까요? 너무 큰 실망을 가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거대 괴수와 거대 로봇의 대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고 그런 거대 스케일을 느끼기 위해서 아이맥스 관람도 추천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너무나도 호불호가 갈릴만한 영화라서 쉽사리 추천을 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만약 이 영화를 순수히 제 느낌 / 취향대로만 추천을 드리자면 추천을 못 드릴 만한 영화입니다. 액션만 보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영화거든요. 드라마가 너무 빈약하고 또 그러한 단점이 너무 눈에 띕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다가도 갑자기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요. 그래서 더 아쉽더군요. 어쩌면 길예르모 감독이 만드는 블럭버스터는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내 맘대로 별점 :


덧1. 메카닉 디자인은 꽤 그럴싸 합니다. 뭔가 여러가지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는 메카닉이더군요.


덧2. 카이쥬의 디자인도 나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다양한 공격 패턴도 보여주었구요.


덧3.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좀 어색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덧4. 그런 어색한 연기의 원인 중에 하나는 쓸데없이 오글거리는 대사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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