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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데코레이션 된 팥빙수

하지만 맛은 평범한 팥빙수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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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달 몇 개 남지 않은 기대작 중 거의 그 마지막 작품이랄 수 있는 미스터 고를 보고 왔습니다. 당연하게도 김용화 감독의 전작들은 (미녀는 괴로워/국가대표) 죄다 재밌게 보았던 지라 기본 이상의 재미는 줄 것이라는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는 좀 반신반의 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임팩트가 별로 안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홍보 자체가 뭔가 화끈하다기보다는 뜨뜻미지근한 느낌이었구요.


그런데 오늘 조조로 보러 가니 아침 8시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좌석의 80% 정도가 찼더군요. 물론 주 관람객들이 어린이들이긴 했지만 모름지기 영화는 아이들이 봐야 어른도 따라오는 불변의 진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태라면 흥행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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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 얘기를 해 보죠. 일단 대다수 평에서 심심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 부분을 보면 확실히 심심하긴 합니다. 반전 따위는 당연히 없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흔해 빠진 고릴라의 영입과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영입 후 승승장구를 하다가 부상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해 사건 / 사고가 터지고 이 와중에 라이벌 등장! 하지만 부상을 이겨내고 승리를 이룩하는 쾌거를 보여주죠.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무척이나 심심한 이런 이야기 전개에서 앞뒤 맥락이 맞지 않다던가 상황 설정이 이상해서 이해가 안 간다던가 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즉, 이야기 부분에서는 장점도 단점도 없죠. 뭐 이게 장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장점도 단점도 없는 두루뭉수리한 그런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 적절한 클라이맥스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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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릴라'를 얘기해보죠. 확실히 기대 이상입니다. 그래픽 수준은 탈 아시아급이고 괜히 어줍잖은 헐리우드 영화보다도 괜찮아 보입니다. 고릴라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해주고 있으며 실제 고릴라의 움직임을 많이 연구해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두산 유니폼에서 좀 어색한 면을 느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유니폼에서 느껴지는 어색함도 그다지 없습니다. 관중석의 관중들이 어색하다는 얘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저는 그다지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니더군요.


그리고 3d 효과 자체도 좋습니다. 이 부분도 확실히 국내에선 top이고 (top 수준이 아니라 그냥 top입니다.) 아시아 영화들 중에서도 top 수준입니다. 당연히 3d로 홍보를 해대는 어줍잖은 헐리우드 영화들보다도 괜찮은 수준이었구요. 사실 별 기대 안 한 부분인데 야구공 던지는 장면에서 정말로 피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고릴라 두 마리라 야구장 한복판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구요.


어쨌든 이 영화에서는 cg로 뭔가 욕 먹을만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정말 다른 모자란 부분이 생긴 이유가 cg에 올인을 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cg는 정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감독 스스로 꽤나 만족을 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성동일씨의 연기야 뭐 다들 알만한 수준이고 웨이웨이역의 서교나 김강우 김응수, 김희원, 변희봉씨도 충분히 조연급으로서 본인의 캐릭터를 확실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주니치 드래건즈의 감독으로 나오는 오다기리 조는 정말 우정출연 정도로만 나올 줄 알았습니다만 거의 조연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캐릭터 자체가 워낙에 진지+개그 캐릭터였던지라 꽤 소소한 재미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 김정은이나 마동석, 김성주씨의 경우는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출현을 하고 있구요. 추신수 선수나 류현진 선수도 비슷한 까메오 수준의 비중으로 등장하여 깜짝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배우들이나 선수들이나 나름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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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눈에 띄는 단점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분명히 눈에 띄는 단점이 있죠. 바로 '신파'입니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인 국가대표의 경우도 신파가 워낙에 강해서 그게 단점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번에도 쓸데없이 신파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에서 신파라는 부분은 없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 딱 보기에도 대놓고 '이 부분은 신파니까 좀 울어봐'라고 느껴지니 이건 뭐 전혀 감동이 오지를 않습니다. 최근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영화가 바로 '7번방의 선물'이죠. 너무 억지스러워요. 괜히 이 신파극 때문에 장단점이 없는 이야기에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또 야구 경기가 많음에도 뭔가 야구 자체에서 주는 재미는 그다지 없습니다. 드라마의 연결을 위해서 야구라는 장면이 들어갔다는 느낌이지 야구를 하면서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 아닙니다. 정말 하나의 도구로서 야구가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홍보를 할 때도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면 좀 더 야구에 비중을 두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거든요.


이런 점과 맞물려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영화의 홍보 문제입니다. 영화는 예고편을 비롯해서 홍보가 너무 부실해서 솔직히 예고편만 보고 '보고싶다'라는 느낌이 들어야 일반 관객들이 찾아가 볼 텐데 이 영화는 일단 예고편에 주는 임팩트가 실제 영화를 볼 때보다 훨씬 약합니다. 임팩트가 더 강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죠. 지금이라도 새로운 버전의 예고편이라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 뭔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듯한 느낌도 많이 납니다. 물론 중국 시장을 겨냥했기에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지막 엔딩 크래딧을 보면 노골적으로 노린 듯한 느낌이 납니다. 굳이 엔딩 크래딧을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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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요. 영화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부분만 보면 분명 추천을 할 만한 작품입니다. 장단점이 없고 어느 정도의 재미는 분명히 선사해 주니까요. 하지만 살짝 주저하게 되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뭔가 묘하게 '어린이용' 느낌이 납니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많게는 중학생 정도의 연령대가 깔깔대면 볼 수 있는 뭐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영화에서 그런 분위기가 좀 풍기기에 정말 대놓고 '이 영화는 추천이요~'라는 얘기를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고릴라의 사실적인 cg나 무난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그런 영화를 원하신다면 극장서 찾아보셔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했지만 그래도 실망을 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완벽한 가족용 영화니 가족과 보기에는 최적화 되어 있고 애인하고 보셔도 욕 먹을 정도는 아닐 것 같군요....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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