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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고 후회하기에는 아쉬운

일대종사들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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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9년의 역작 '일대종사'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9년에 걸쳐 제작되었다는 점과 (견자단의) 엽문의 이야기라는 것 이 2가지 말고는 아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조차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제가 이 영화를 보려고 생각한 부분은 예고편 말고는 없죠. 임팩트 강한 예고편....이것 하나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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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느낌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정말 왕가위 감독스러운 무림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본 그의 작품이라고는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동사서독 리덕스 밖에 없습니다. 물론 더 과거 작품으로 넘어가면 몇몇 작품이 더 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완전 불친절합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가지가 너무 많아서 잠시만 놓쳐 버리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있고 이야기 전개를 제외하더라도 장면 자체도 연결이라고 할까요? 뭔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아주 많이 들죠. 심지어 한 장소에서 연출되는 장면조차도 바로 전과 후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부분을 가장 크게 느낀 작품이 '동사서독 리덕스'죠.


하지만 정말 다행이도 '일대종사'는 그나마 좀 낫습니다. 이렇게 나레이션이 많고 인물에 대한 설명을 자막으로 간간히 날려주는 연출은 사실 이전 작품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이러한 나레이션과 자막 덕에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나마 도움을 받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불친절'합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정말로 견자단의 엽문이나 옹박을 생각하고 가신다면 피보기 쉬운 영화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해 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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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불친절함에도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 중에 하나는 일단 비쥬얼입니다. 물론 속도감 있는 빠른 타격감을 선사하는 엽문 시리즈와 같은 영화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일대종사에서는 스타일리쉬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는 마치 다른 감독의 SF영화를 보다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영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완성도의 차이가 어쩔 수 없이 느껴집니다. 지금껏 중국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속도감 있는 타격을 제외하고 마치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한 슬로우 모션은 이 영화를 좀 더 스타일리쉬하게 보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감독은 타격의 행동보다는 타격의 시작과 끝 혹은 행동에 따른 움직임의 리액션을 좀 많이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연출에는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더군요. 위키에서 찾아보면 엽문이란 인물은 영춘권이란 무술을 집대성한 인물로 나오는데 그만큼 그의 움직임의 시작과 끝이 곧 쿵푸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어쩌면 과대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하여간 여러모로 움직임에 대한 부분을 스크린에서 '멋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대종사에서의 액션에서는 마치 맨 오브 스틸에서의 액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무술의 움직임이나 행동보다는 그로 인한 리액션을 좀 더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적으로 이번 영화에서의 액션은 9년이나 걸려서 만든 흔적이 역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질'이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디지털 상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디지털 상영으로 감상을 했음에도 뭔가 옛날 필름 느낌이 좀 납니다. 의도적인 연출인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촬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준에서는 요즘 영화들에 비해서 화질이 안 좋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음향은 상당한데 대결 장면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의 배경 음향 등이 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좋은 음향 시설을 가진 극장에서 보면 볼 맛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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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체로 크게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당연히 엽문이 첫 번째고 궁가 64수의 후계자 궁이가 두 번째 입니다. 세 번째 인물은 홍콩에 팔극권을 전파시킨 일선천이죠. 이 세명의 인물은 말 그래도 '일대종사' 즉, 각 무술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고 유일한 후계자라고도 할 수 있죠. 당연하게도 각 무술의 이후 생존을 책임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세명의 인물은 각각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지만 사실 스토리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영화는 무협이라는 과거의 세계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떤 새 시대를 맞이하는가를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부분을 느끼기만 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해를 하고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세 명의 인물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궁이의 복수 상대로 마삼이란 인물도 나오고 엽문의 아내로 장영성이란 인물도 나오며 이 인물들은 비록 큰 이야기의 흐름에서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주인공들 스스로에게는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들은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난잡하지는 않습니다. 적절하게 등장해서 적절하게 빠져나가고 있죠. 편집에 있어서 상당히 불친절했기에 많은 등장인물이 이렇게 적절히 들어오고 나가는 부분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물론 왕가위 감독이기에 이 정도로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지만 잘 못 했다면 더더욱 어려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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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무협이라는 구 시대가 변해가는 시대를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연출에서도 그런 아련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오프닝이나 엔딩 크래딧에서는 마치 연기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극 중에서도 주인공들은 아내나 아버지를 아련하게 그리워하는 부분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만나지 못 하는 결말을 맞이하는데 이러한 연출은 마치 무협이라는 시대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죠. (완전 어거지 해석...)


궁이의 아버지 궁보삼에게 노원괘인의 요체를 듣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 하고 이후 궁이와의 대결에서 끝내 패한 마삼도 자신이 패배한 후 그 당시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 했다고 후회를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영화 곳곳에서 이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비중에서 액션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에 좀 더 촛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이런 이유 때문에 앞에서 제가 비추천을 드렸던 것이죠. 액션도 좋긴 하지만 드라마의 비중이 많아서 지루함을 느끼기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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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흥행은 힘드리라 생각됩니다. 상영관도 많지 않고 일단 아는 사람도 별로 없구요. 그로 인해서 보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알더라도 그다지 흥미를 가지시는 분들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되구요. 보더라도 후회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영화를 찾아 보시는 분들이 후회를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100명 중 10명이 후회하는 것보다 10명 중 1명이 후회하는 것이 같은 비중이라도 왠지 더 암담한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예고편부터 뭔가 쫄깃쫄깃할 것 같은 엘리시움도 개봉을 했구요. (묘하게) 흥행작인 슈퍼베드도 곧 개봉을 한다죠.


그래도 한 번쯤 극장에서 감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것을 파악하기 힘든 영화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느낌과 그 비쥬얼을 보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욕 먹을 가능성도 아주아주 많지만요.


내 맘대로 별점 :


덧1. 송혜교는 정말 예쁩니다.


덧2. 장쯔이도 장난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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