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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하는

시나리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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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정말 대박으로 터트려 주었던 관상을 보고 왔습니다. [우아한 세계][연애의 목적]을 연출하였던 한재림 감독의 작품인데 사실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밌게 봤다기보다는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판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서 이번 작품도 아주 대박으로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감상을 했습니다.


다행이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간 것은 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보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예고편의 임팩트를 생각하시고 가신다면 아마 좀 실망을 하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묵직하거든요. 뭐 그 얘긴 본문에서 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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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관상쟁이 송강호에게 김혜수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이종석은 그의 아들이고 조정석은 그의 동생이죠. 어쨌든 김혜수는 그의 능력을 보고 그를 자신의 요정으로 데리고 가서 돈을 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를 이용해서 돈 맛을 좀 보게 되죠.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수양대군의 부하와 김종서 역을 맡은 김종서가 그를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예고편과는 정말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지니게 되니 그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전반전은 송강호와 조정석이 한양으로 올라와서 요정에서 사기 계약을 당해 관상을 보면서 돈을 뜯기는 와중에 수양대군과 김종서와 살짝 얽히기 시작하는 부분까지이죠. 이 부분은 대체로 코믹함이 주를 이룹니다. 시시각각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죠. 여기서 송강호와 조정석 콤비는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대사가 아닌 일상 대화를 하는 듯한 그들의 연기는 대사가 애드립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자연스럽죠. 그리고 그런 연기는 개그의 맛을 훨씬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이제 왕이 얽히면서 김종서와 수양대군과는 직접적으로 얽히면서 시작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진지합니다. 송강호는 김종서와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목숨을 도모하고자 하고 아들 이종석은 어린 나이의 기백 때문인지는 몰라도 너무 정의감에 불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윤식이 연기하는 김종서는 수양대군이 역변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며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는 그의 카리스마로 많은 사병을 거느리고 시종일관 왕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후반전이라고는 했지만 영화의 2/3는 이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의 묵직함은 최근 사극 작품인 광해에서의 묵직함보다도 무겁습니다. 그래서 전반전과의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워서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반부와의 갭이 상당히 큽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조금은 자연스럽게 넘어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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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적으로는 이질감이 들지만 이야기 진행으로는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전반과 후반의 진행에 있어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한 힘이 됩니다. 송강호 / 백윤식 / 이정재가 주축으로 된 주연들의 연기는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다른 관객들도 느끼셨을 테지만 최근 이정재의 연기는 상당히 발전 된 느낌이 됩니다. 신세계 이후로 말이죠. (도둑들 이후인가요?) 어쨌든 이 세 명의 연기는 당연하고 조정석 / 이종석 / 김혜수 / 김태우로 이어지는 조연들의 연기도 상당합니다. 조정석은 위에서 말했듯이 송강호와의 콤비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며 김혜수는 역시 김혜수에게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종석도 드라마에서의 연기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위 환경이 너무나도 안 좋았던지라 확연히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혀 어색함은 없어요...김태우씨는 짧고 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구요.


영화는 시대극 즉, 사극 장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사극에서는 이미 관객들이 그 결과를 알고 있죠. 관상도 마찬가지로서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대결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고딩 때 배운 역사를 통해서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스포일러라 생각하고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얼마나 재밌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은 팩션은 확실히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초중반에서 중후반으로 넘어가는 사이 좀 지루한 면을 느끼만한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의 이야기 진행은 그러한 지루함을 약간이나마 상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죠.


글세요. 영화의 엔딩은 절대 대중적이지 않습니다. 아마 싫어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시작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거든요. 이 엔딩 때문에 이 영화가 흥행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거든요. 하지만 저는 꽤 마음에 듭니다. 뭔가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나간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감독의 아집은 나쁘지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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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대박으로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재미면으로 따지면 같은 사극 계열에서 최근 작품인 광해가 훨씬 재밌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개그와 진지 코드를 완전히 분리하면서 어색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감독의 힘이겠죠.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도 나쁘지 않고 이야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쉬운 것이라면 역시 장점에도 포함되는 진지함과 개그가 너무 분리가 되어 있고 이러한 연결에서의 연출이 완벽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그래도 극장에서 보기에는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배급사에서 또 엄청나게 밀어주고 있으니 시간대 선정도 어렵지 않을 것 같구요. 지금 볼 만한 영화도 별로 없거든요....가족하고 같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으니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덧1. 이 영화는 시나리오 공모를 통한 수상작을 영화화했다고 하던데 과연 시나리오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덧2. 김혜수 외에 연기 좀 하는 여배우가 한 명 쯤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덧3. 17일 현재 벌써 300백만을 돌파했군요. 대단합니다.

 

덧4. 한 동안 주춤하던 송강호씨가 연타석으로 홈런을 때릴 것 같은데 왠지 기분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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