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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_2016년열세번째

산다는건 2016. 2. 21. 16:46






"그의 시를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영화보다도 먹먹함이 느껴진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동주'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더군요. 아마도 국내 영화 중에서 감상한 '개봉작' 중에서는 처음으로 본 흑백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괜히 흑백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니더군요. 여러모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동주와 몽주 두 인물에 대한 일대기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로 영화는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의 인물 관계는 영화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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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부터 동주와 몽규의 뭔가 라이벌 같은 구도를 계속 이어나갑니다. 무엇을 하든 1등을 차지하는 몽규와 그런 그가 어딘가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동주의 눈빛은 영화의 중후반이 갈 수록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몽규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 일본인 유학생들을 모으고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동주는 스스로는 왜 그러는지 못하는가?라는 반성이나 성찰의 느낌을 받게 하는 표정을 많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주와 몽규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협의로 투옥이 되고 난 후에는 동주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그는 더 이상 몽규에 대한 어느 정도의 피해망상을 가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본인의 생각을 일본 형사에게 확고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그가 그의 의사를 확고히 들려주는 경우는 일본 대학에 편입하겠다는 의사를 아버지한테 들려줄 때와 일본 교수에게 자신의 견해를 말할 때 밖에 없었죠. 이러한 변화는 그간 있었던 몽규에 대한 라이벌 의식 같은 것에 대한 탈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의 의사를 확고히 전달하게 되는 바람에 그는 그렇게 더 빨리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하고 있는 그의 심경을 들려주는 부분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그의 시입니다. 물론 시대적 순서대로 시를 들려주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굉장히 적절하게 그의 시를 배경으로 깔아줌으로써 관객들이 그의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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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장된 연출이 거의 없습니다. 조명조차도 영화 속에서 실제로 켜 놓은 촛불이나 전등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 될 만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감독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그러한 연출 덕분에 흑백 영화로서의 장점이 훨씬 살아나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만약 많은 조명을 사용했다면 흑백 영화가 아닌 칼라 영화의 흑백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실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 아닙니다만 동주와 몽규의 일대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만의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립운동을 위해서 직접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몽규의 이야기나 그런 몽규를 옆 혹은 뒤에서 지켜보면서 조용히 따라간 몽주의 이야기는 총과 칼을 들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독립운동 이야기보다 먹먹함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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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는 강하늘은 이번 작품에서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쎄시봉이나 스물을 통해서 나름 연기력 좋은 배우로 인식이 되었는데 (물론 저 개인적으로) 이번에도 삭발을 감행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소심한 듯 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그런 윤동주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 어땠는지 모르니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실제 모습은 꽤 비슷하더군요.


그리고 그가 중저음으로 읊어주는 윤동주의 시는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감정이입이 될 정도니 캐스팅이 잘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투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몽규의 박정민도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사실상 신스틸러라고 생각됩니다. 추진력 있고 두려움이 없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독립투사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코미디 요소도 잘 살리고 있죠. 이 둘의 캐스팅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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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미를 떠나서 누구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상영관이 많이 걸리지 않은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되는군요. 그 짧은 엔딩 크래딧이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영화는 친구든 가족이든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강제로 데리고 가더라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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