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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완료가 아니라 현재진행인 비극적인 과거"


7만명의 후원금으로 만들어진 '귀향'을 보고 왔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거의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 작품은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팩트와 픽션을 적절히 조합하여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실제 사건이 있었던 과거와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현재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사실 힘든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그 '힘들다'라는 핑계로 위안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방송을 보기가 꺼려졌습니다. 핑계죠. 그런 역사적 문제를 개인적인 핑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감상을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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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팩트와 픽션이 거의 절반씩 분량을 차지하는데 흔히들 알고 있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는 10대의 소녀들을 일본군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그러한 과거 시점의 이야기에 드라마로서의 극적인 흐름을 위한 팩션으로서 진행이 됩니다. 어느 시점의 이야기든지 보기 편한 부분은 없습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불편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현재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갑자기 무당 이야기가 나오더니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과거 위안부 사건의 소녀들의 혼령을 보게 되고 빙의를 하기에 이릅니다. 전개상으로 보면 생뚱맞은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죠.


갑자기 무당을 등장시키고 빙의라는 도구를 이용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부분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쯤에 등장하는 빙의 장면으로 해결이 됩니다. 의문점은 없어지죠. 하지만 의문점이 없어졌다고 연출적으로 이러한 전개가 수긍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런 작품성까지 논하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들고 여튼 이 무당과 빙의라는 도구는 결국 현재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느끼는 감정과 영화를 보는 젊은 관객들이 가져야 할 (사건에 대한) 가치관을 전달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의미 전달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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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 마음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째서 아직까지 이어져 오는 사건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뉴스나 컨텐츠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게 되더군요. 하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앞으로는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감정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군인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과장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영화의 수위를 위해서 많은 부분을 축소하여 보여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영화 속 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움찔했던 장면들이 몇 군데 있기는 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수위 조절은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감상하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또 다시 나쁜 기억을 떠올리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한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정도의 수위만으로도 그 당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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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재미는 중요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사건에 대해서 지금 현 세대의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작품이기에 상영관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극장에서 한 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한 영화는 아닙니다. 굉장히 불편한 영화죠.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언제까지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겁고 슬프지만 가족들과 친구, 연인을 데리고 한 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덧. 감독이 말하는 영화의 <14가지> 비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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