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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살해야 DC야....안 되겠다. 니네는..."


예고편 공개 당시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왔습니다. 어쩌면 DC의 마지막 보루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이 작품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욕을 많이 먹었던 (하지만 적당히 흥행은 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실망을 느꼈던 많은 DC 팬들에게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한 기대감은 일단 싱크로율이 제대로였던 마고 로비가 맡은 할리퀸이란 캐릭터가 예고편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대단한 임팩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이어갈 새로운 조커로서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가 나름 괜찮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외의 캐릭터들도 있긴 하지만 예고편에서는 그닥 눈에 띄지 않았죠....(이것부터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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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을 이용해서 나쁜놈을 잡겠다는 이번 작품의 큰 틀은 애시당초 이야기 시작부터 삐걱댑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수하처럼 거닐고 다니던 인챈트리스라는 6천년 묵은 마녀를 고작 평범한 군인 한 명이 통제해서 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아무리 숙주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그녀의 오라버니를 굉장히 무방비하게 놔둔 것도 이상합니다.


이건 뭐 그냥 '너는 적절한 시점에 오라버니 풀어줘서 악당을 등장시켜'라고 미리 짜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지경입니다. 악당의 등장에 어떠한 명분이 있고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와닿지가 않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더란 말이죠. 그러니 그 이후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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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인 것은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 그러니까 각각의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과정은 그나마 낫습니다. 흥미를 일으키고 그러한 흥미에 적당히 부합하는 이야기와 연출과 액션을 보여주고 있죠. 적절한 유머도 섞어가면서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재미는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모으고 나서부터가 문젭니다.


이건 마치 배댓슈의 '마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이야기의 흥미가 팍 떨어지면서 팍 이상해집니다. 적들은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외모만 괴상하게 생겨서는 미친듯이 달려들고 악당들을 이용하자고 하던 장관이라는 사람을 구하고 나서부터는 갑자기 다들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것인지 동료애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개과천선을 하려는 느낌마저 듭니다.


이렇게 악당들이 메인이 되는 영화에서는 저번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악당은 악당다워야 제 맛이 산다고 생각됩니다. 피의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그 본질적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면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이상해지기 마련이죠.


데드샷이 갑자기 할리퀸을 일부러 살려주고 옆에서 "잘했어"라고 하는 연출이 과연 그 이전의 그들의 관계와 이어지느냐 생각하면 뭐 바로 답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나중에 자폭을 하려는 차토 산타나(엘 디아블로)를 차마 자폭시키지 못 하겠다는 듯한 표정들을 클로즈업할 때는 '쟤들 뭐하냐?'라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심지어 미쳤을 뿐이지 육체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할리퀸이 야구 방망이로 적들을 헤치우고 다니는데 그걸 군대가 못 헤치워서 걔들을 집합시킨 거 보면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아마 미군이 가장 바보처럼 등장한 작품이 아닐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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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DC 얘들은 도대체 캐릭터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포스를 풍기는 악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벤져스2의 울트론도 그 성격은 유치뽕짝이었을지 몰라도 디자인 하나는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이나 배댓슈에서의 악당들을 보면 참 가관입니다. 무슨 퀄리티 높은 특촬물의 악당인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처음에 등장할 때는 과거에는 신이라고 불리던 자기들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지하철을 반으로 쪼개는 등의 힘을 보여주더니 둘 다 고작 폭탄 한 방씩에 저세상으로 떠나고 맙니다. 핵폭탄도 아니고 무슨 좀 큰 tnt 수준의 폭탄으로 말이죠. 어이가 없어도 이런 어이없는 결말을 보고 있노라면 DC는 영원히 안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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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떻게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배우들이 그 만큼 연기를 해 줬는데 이 따위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살짝 언급했는데 예고편에서는 마치 할리퀸이나 조커가 메인처럼 보이지만 조커는 사랑에 빠진 돈 많은 갱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나오고 할리퀸은 그나마 굉장히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캐릭터는 윌 스미스가 연기한 데드샷이죠. 적당한 중후함과 액션을 도맡아 보여주고 있는데 데드샷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이후에 데드샷 단독 작품이나 할리퀸 단독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아마 기대하면 안 될 거에요. DC니까요....


그냥 개판입니다. 개판이요. 마치 트랜스포머 같아요. 어차피 개판으로 만들어졌을거 뻔히 아는데 결국 또 보는거죠. 아마 저스티스 리그나 원더우먼도 똑같겠죠. 그런데 보러 가겠죠.....그리고 DC는 그래도 흥행을 하니 영원히 그렇게 만들게 뻔하구요. 총체적 난국이네요. 진짜...워너도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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