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7 / 02 / 18 / 009]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날 형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동생이 원래 살던 마을로 가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자극적인 일들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 이야기는 한 명의 가족이 떠난 후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슬픔과 그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입니다. 남겨진 자들이 각각 어떠한 슬픔을 느끼며 그러한 다른 슬픔들을 개개인이 어떻게 이겨나가는지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죠.


>>


그래서 어쩌면 한 편의 단편 드라마라는 생각도 드는 작품이었는데 전혀 자극적인 소재가 없이 일상적인 소재와 연출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지극히 무난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죠.


사실 일상적인 소재의 영화라고 해도 무언가 자극적이고 막장적인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러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정말로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상황을 보여주고 그 뒤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를 떠나 보낸 적이 있는 관객들의 경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저절로 그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떠나신 후의 일들이 떠오르더군요. 그 만큼 이 영화는 평범합니다. 무서우리만치 평범하죠.


>>


그러한 이야기와 연출적인 부분으로 인해서 이 영화는 자극적인 연출이나 막장적인 장면이 전혀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상황이 어떤지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극적인 짜릿함이나 재미를 찾고자 보신다면 무조건 추천을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겪을 수 밖에 없고 이미 겪었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하여 가감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얼른 극장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감정 전달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단순히 슬픔 그 자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누군가를 떠나 보낸 슬픔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소재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감정선이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영화는 떠나간 이가 남겨둔 것들과 남아 있는 가족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씩 넘어갑니다.


그 두 이야기의 접점을 이루는 소재가 '배'입니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삼촌과 조카가 가장 크게 다투는 이유이자 결국 화해로가는 소재로 이용되는 배는 중요한 소재이자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가장 큰 의미로서 배는 과거의 즐거웠던 시절에 대한 회상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조카의 후견인이 되지는 못 하지만 조카를 떠나지 않고 돌보겠다고 하죠.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어릴 적 조카와 지냈던 추억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시작에서 조카와 삼촌이 배에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러한 모습은 영화 중간중간에도 보여줍니다. 그 만큼 배에 얽힌 그들의 추억이 대단했다는 것이고 그러한 추억을 쌓은 조카를 삼촌은 결국 포기하지 못 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조카 또한 그러한 추억이 담긴 배를 끝까지 지키려고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를 팔려는 삼촌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삼촌은 그 생각이 바뀌게 되죠. 하지만 조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배를 지키려고 합니다. 오히려 인생의 일부를 보냈던 삼촌과 달리 조카는 인생의 대부분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아버지-배-삼촌 외에 회상 장면에서 '좋은 추억'으로 나왔던 인물이나 사물이 거의 없죠.


>>


그리고 그런 조카를 위해서 삼촌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잊기 위해서 도망갔던 동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더 이상의 과거의 슬픔에 빠져 있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이 돌보아야 할 가족이 다시 생긴 것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삼촌과 조카는 마지막에 같이 배를 탑니다. 결국 그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이 살아가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과거의 기억들과 생각의 차이로 인한 문제였던 만큼 과거를 떨치고 같은 슬픔을 공유해 나가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


사실 이 영화는 영화 속 초중반의 캐릭터들의 감정과 비슷한 계절과 배경을 선택해서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한 경울의 맨체스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없고 마치 사람들 마음처럼 얼어붙은 맨체스터의 배경은 그 차가움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초반의 그들의 다툼과 그들의 감정은 더 차갑고 더 날이 선 듯해 보이죠.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보여주고 이해함으로써 더 단단해진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찾아 보기 쉬운 작품도 아니죠. 딱히 극장에서 볼 필요도 없는 작품입니다. 어떤 컨텐츠로 즐겨도 무방한 작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을 때나 iptv로 감상을 할 수 있을 때나 한 번쯤은 감상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괜히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후보로 오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거든요.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