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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3 / 16 / 015]

 

1991년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실사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91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이니 정말 오래된 작품인데 사실 실사화가 된 적도 있었죠. 하지만 디즈니에서 직접 제작으로 나서서 뮤지컬 영화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그 뿐만 아니라 디즈니에서 실사화를 하면서 뮤지컬 영화로 만든 것 또한 이 작품이 처음인데 물론 뮤지컬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실사화하면서 뮤지컬 영화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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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약간 기대를 한 편인데 바로 전에 실사화를 했던 신데렐라가 나름 원작의 비쥬얼과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는 뭐랄까 디즈니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만 잡고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던 '라푼젤'과 비슷한 노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디즈니에서 맘 잡고 실사화를 제작했던 첫 번째 작품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죠. 범작 이상의 재미는 있었습니다. 물론 수작이라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이후의 실사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의 완성도는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다음 작품을 통해서 디즈니 스스로 실사화를 본 궤도에 올리려고 생각했으리라 봅니다. 그 작품이 미녀와 야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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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은 여러모로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란 비쥬얼 자체가 논할 필요가 업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과정에서 오는 괴리감을 없애면서 관객들이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비쥬얼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사화와는 사뭇 다른 비쥬얼인데 어째서 일본은 실사화를 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도 늑대를 비롯하여 몇몇 cg 장면에서는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지금의 기술력 정도면 좀 더 그럴 듯한 그래픽으로 꾸며진 동물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 굳이 동물 따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인지 몰라도 전체적인 비쥬얼 퀄리티에 비해 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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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릭터 자체도 성격의 변화가 보이는데 일단 벨의 경우 엠마 왓슨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보이려고 한 만큼 원작과의 차이점이 꽤 있습니다. 의상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녀가 하는 일종의 행동들은 엠마 왓슨이 의도했던대로 '괴짜'라 불리기에 충분한 캐릭터로의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벨의 캐릭터의 이질감이라고 하면 엠마 왓슨이라는 배우 자체가 '미녀'라고 불리기에는 잘생긴 편에 속한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좀 더 원작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외에 야수 캐릭터는 애초에 영화 전반에 걸쳐서 그래픽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외모에 관해서 뭐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괴수다운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긴 하더군요. 여튼 오히려 원작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원작 캐릭터의 모습이 잘 보이더군요. 오히려 좀 더 못 생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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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으로 제작된 캐릭터 얘기를 하니 다른 사물 캐릭터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물화 된 인간 캐릭터들의 경우 촌스럽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디자인적으로 고심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이안 맥켈렌부터 이완 맥그리거 등등 유명한 배우들이 맡은 시계와 촛대를 비롯하여 옷장, 주전자, 컵, 먼지털이 등 원작의 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화 시켜서 이질감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히지만 이 작품에서 싱크로율이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새트옹입니다. 표정이며 의상이며 연기며 캐릭터 자체가 그냥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튀어나온 수준이더군요. 주조연 정도의 비중으로 극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전반적인 코미디 부분과 관련된 연출은 거의 대부분 개스통과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개스통과 함께 디즈니 실사 영화 최초로 등장한 동성애 캐릭터인 르푸 또한 그런 개스통과 함께 극의 전반적인 코미디 요소와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두 캐릭터가 등장하면 대부분 코미디와 이어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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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간 캐릭터 중에 개스통과 르푸가 있었다면 사물 캐릭터 중에는 촛대와 시계가 있는데 이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꽤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애증의 관계로 이어진 두 캐릭터의 앙상블은 인간 캐릭터 못지 않은 재미를 주죠. 특히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이와 맥켈렌과 이완 맥그리그의 성우 연기는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더군요.

 

심지어 노래도 잘 한다고 생각되었는데 초샏의 경우 누구나 공감하는 식당에서의 연출은 비쥬얼적이 일단 압도적이었습니다. 임팩트만 따지자면 야수와 미녀가 춤을 추는 장면을 능가하는 비쥬얼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데 비단 비쥬얼 뿐만이 아니라 뮤지컬 연출로서 해당 장면은 본 작품의 전체 장면 중에서도 가장 뮤지컬 다운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뮤지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은 과거의 음악을 거의 그대로 들려주는데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뮤지컬 연출이 잘 어울렸던 것도 있지만 일단 노래 자체가 잘 만들어진 노래이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라도 그 노래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것이 행복한 상황이든 불행한 상황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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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실사 영화였습니다. 재밌었고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였죠.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엠마 왓슨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어느 정도 변화를 거친 벨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아니 원래도 특별하지 않기는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개스통이나 르푸가 생각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주연 캐릭터의 특별함이 좀 부각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특별함이 없다면 눈에 띄는 매력이라도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지금의 캐릭터는 그냥 고만고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실사화를 거치면서 너무 고전의 모습을 그대로 지향하려고 하는 것도 좀 지양했으면 좋겠더군요. 물론 시대적 배경이나 장르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현대물로 가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구요. 하지만 너무 원작의 모습 그대로만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좀 절제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실상 각색이 좀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런 각색이 전혀 없는 스타리은 대부분이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의 특성상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거소가 비슷하죠. 그래서 그 과정을 몰입할 수 있게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굳이 똑같이 가려고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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