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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5 / 31 / 023]


이정재,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을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하여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광해를 제작했던 제작사에서 다시금 제작하게 된 광해의 이야기인데 광해가 되기 전 세자 시절의 광해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명의 받아 홀로 조선 땅에 남겨진 상황에서 대립군의 호위를 받으며 첫번째 군영을 찾아 가는 과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광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물론 진지한 면도 분명히 있었던 작품이지만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함이 넘쳤던 광해와 달리 이번 작품은 유머러스함이 거의 없습니다. 묵직하고 무겁고 진지합니다. 캐릭터들도 대부분 남성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죠.


그래서 광해보다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비슷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닮았다는 것이죠. 아마 이러한 분위기가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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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볼 만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광해의 성장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고 그 과정을 나쁘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파적인 요소조차 거의 없어서 거의 마지막에서나 조금 등장하는 정도입니다. 짧고 굵게 등장하죠.


대립이란 영화의 제목에 따라 다른 사람의 병역의 의무를 대신 지고 살아가는 대립군과 왕의 대립으로서 왜적과 싸워야 하는 광해의 모습은 신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모습은 똑같아 보입니다. 영화 속 광해도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읊조리듯이 내뱉는 대사가 있었죠. 아마도 그렇기에 둘의 관계가 이후 단순히 세자를 호위하는 대립군과 단순히 호위를 받는 (훗날의)왕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작들 중에서 이정재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신세계와 관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작품에서의 연기는 광해의 수양대군보다는 신세계의 이자성의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듭니다. 바탕은 이자성이지만 그걸 사극버전으로 연기한 듯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많이 풍깁니다. 조금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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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세자 시절을 연기한 여진구도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겁에 질린 초반부를 지나 점점 휴머니즘을 보여주면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보여지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이 따라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자체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독특한 저음의 목소리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캐릭터 자체가 새로이 창조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 외 조연들은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만 영화의 흐름에서 크게 비중을 줄 만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극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그런 조연 캐릭터는 없었죠.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흐름의 변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심지어 딱 1명 비중 있어 보이는 여성 캐릭터조차도 크게 비중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전쟁 상황이 배경이긴 하지만 전쟁 자체가 소재인 영화가 아닙니다. 따라서 전쟁 장면은 거의 없으며 전투 장면조차도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초록창에 검색하면 나오는 것처럼 순수하게 드라마라는 장르에 가깝게 제작이 된 작품입니다. 따라서 전쟁영화로 생각하고 가시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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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로 알고 간다면 영화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괜찮고 그것을 보여주는데 화려한 기교나 편집을 부리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담백하고 묵직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과장된 그 무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구성과 연출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반대로 얘기하면 영화는 오락성이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머도 거의 없고 액션도 거의 없고 사내 자식들이 투닥거리면서 목적지를 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던지는 메시지와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 시대를 잘 반영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마 많은 관객들이 공감을 하리라 생각되더군요.


크게 흥행을 할 만한 작품도 아니고 시기도 좋지 않습니다만 놓치기는 아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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