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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08 / 038]


'세븐데이즈'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고 왔습니다. 동명의 원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바탕으로 각색을 거쳐 영화화한 이번 작품에서는 오랜만에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고 요즘 드라마에서 한창 맹구를 연기하고 있는 김남길이 악역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본 기억이 없었는데 설현이 설경구의 딸로 등장을 했더군요.


영화는 과거 연쇄 살인범이었던 김병수(설경구)라는 인물이 어느날 우연히 발생한 사고를 통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연쇄살인범을 알아보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연쇄살임범이 김남길이죠. 그 상황에서 17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병수는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화의 흥미는 생각 외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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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의 백미는 설경구의 연기입니다. 노인 역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극도로 빼면서 인상적인 표정 연기를 시종일관 보여주는 설경구의 연기는 강철중 이후 뭔가 아쉬움이 남았었던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습니다. 표정, 억양,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그의 연기는 이 영화를 거의 원탑으로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죠.


그리고 그런 설경구와 더불어 드라마에서 허당을 연기하고 있는 김남길은 연쇄살인마를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싸이코 패스라는 느낌도 들게 만드는 그의 표정들은 싸늘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죽일 것이지만 생각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생각 이상으로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역시 설현입니다. 물론 생각 이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시 어색함이 묻어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연기를 정말 잘하는 여배우가 은희역을 맡았다면 극의 몰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이라이트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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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야기는 생각하시는 내용대로 전개가 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공개한 내용들도 꽤 많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이야기의 전개를 꽤 재밌게 보여줍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병수라는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그의 기억에 관한 연출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러한 연출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어쩌면 메멘토가 생각날 수도 있는데 메멘토는 애초에 기억이 소거된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고 이 작품의 경우는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점점 소거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출들을 보여주는데 기억의 저장과 소거에 관한 부분들을 꽤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좀 더 어렵게 만들 생각을 했다면 메멘토 이상으로 어렵게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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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로 다른 종류의 반전이 등장합니다. 사실 두 가지 반전 모두 생각을 못 했던 부분에서 전개가 되는 바람에 그냥 뒷통수를 맞은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는데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 설정의 변경으로 인해 등장할 수가 없는 반전이기도 하죠) 원작을 보셨다고 하더라도 아마 예상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각색은 꽤 좋았습니다. 원작을 재밌게 읽은 독자들한테도 신선함을 주면서 원작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결과적으로 각색이 잘 된 작품입니다. 모든 사람이 납득할 만한 각색을 보여주었죠. 원작을 영화화할 때 원작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큰 틀은 남겨두고 설정의 변경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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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습니다.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충분히 느껴지고 배우들의 연기도 생각 이상이고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세븐데이즈나 본 작품같은 스릴러가 좀 더 감독의 성향에 맞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방법을 아는 듯한 생각이 들거든요.


15세 관람가 영화이긴 한데 생각보다 폭력적인 영화입니다. 뭐 그렇다고 중고등학생의 자녀들이 못 볼 정도는 아니고 애인이 못 볼 정도의 잔혹함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어린 자녀들이나 정말 피 한 방울 못 보는 애인이나 친구가 아닌 이상에야 같이 보러 가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 시기가 좋아서 어느 정도의 흥행도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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