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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0 / 07 / 04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튜본 감독의 신작 '킹스맨:골든서클'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상 지금까지 후속편이라는 것을 직접 연출한 적이 없던 매튜본 감독이 직접 연출한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작의 약빤 스파이 액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제작사 쪽에서도 직접 연출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전작의 경우 B급 쌈마이 느낌의 스파이 액션 영화이긴 했지만 A급의 냄새가 물씬 풍겼던 작품으로 정말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장면들이 꽤나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봐도 재밌죠. 나름의 풍자와 유머 그리고 액션이 굉장히 잘 조합되어진 작품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개봉한 후속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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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 보려고 했던 부분은 전작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해리를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데리고 나올 작정이었냐는 것입니다. 정말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처럼 발렌타인이 눈 감고 쏴서 해리의 눈에 안 맞았다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관객들을 이해시킬 장치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죠.


하지만 어떤 연출을 보여주든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단지 이해를 할 수 있는 측면이냐 아니냐의 문제죠.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보면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를 과감히 놔 주는 것은 어느 영화에서나 매한가지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 만큼 어거지(?)로 캐릭터를 살려서 데려 가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살린 캐릭터가 전작에 비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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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해리의 모습은 젠틀하면서도 화끈한 액션으 선보이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매력적인 모습을 가진 캐릭터를 후속편에 어떻게든 데리고 왔으면 그런 전작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그 이상의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되는데 죽다 살아난 해리는 중후반이 되도록 어리버리하고 환상이나 보면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해 대고 있습니다.


감독은 전작의 화려했던 모습에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뭔가 코믹하거나 재밌는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크게 재밌지도 않습니다. 그냥 고리타분하죠. 뻔한 설정이었어요. 그러니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해리는 1편에서 죽었었어야 했습니다. 그 편이 영화를 끌고 가는데 있어서 훨씬 많은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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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해리를 죽임으로써 후속편에서는 전작의 캐릭터들을 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갈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영화는 전작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을 모조리 죽여버립니다. 초반에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텅빈 캐릭터의 부재를 해리와 스테이츠 맨으로 매꾸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최악의 단점이 생깁니다. 캐릭터 형성에서 보면 이 작품은 폭망이죠.


또한 악당의 경우도 전작에 비해서 행동의 목적이 전혀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다. 발렌타인의 경우는 그래도 뭔가 거창하죠. 잘못된 결과로 치닫기는 하지만 뭔가 듣다보면 그럴싸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악당의 목적은 '이게 뭐지?' 싶습니다. 그냥 자아도취에 빠진 싸이코의 만행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그럴싸한 이유로 들리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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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악당짓을 하는 이유도 와닿지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고 그런데 그 와중에 쓸데없이 선정적이고 잔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극적인 연출들을 많이 집어 넣었는데 솔직히 이건 B급의 느낌도 아니고 그냥 감독 스스로도 이런 거라도 넣지 않으면 재미를 찾을 구석이 없어서 넣을 수 밖에 없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사람을 믹서기에 다지는 연출이 필요했을까요? 굳이 사람이 로봇개에게 찢기는 장면이 필요했을까요? 굳이 가위에 사람 몸이 꿰뚫리는 장면이 필요했을까요? 전작에서도 그런 장면들을 넣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보여주지 않았죠.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유머가 전혀 없어요. 그냥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한 여성의 성기에 추적 장치를 넣는 건 이해조차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스테이츠 맨은 눈에 총을 맞은 해리도 살려내는 기술을 가진 집단입니다. 그런데 굳이 콘돔처럼 보이는 장비를 보여줘서 관객들을 현혹시키고 실제로는 손에 끼는거다라고 해 놓고는 결국은 여성의 성기 안에 넣어야 된다고 합니다. 무슨 관객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런 연출들을 B급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심지어 CG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삽입하는 장면까지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었음에도 감독은 유머가 아니라 진지하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런 장면에서 웃어야 하는지 거부감을 느껴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뭐 거부감 쪽이 좀 더 강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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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총체적 난국으로 치달은 작품입니다. 액션이요? 전작의 성당 같은 액션은 어림도 없고 술집에서 해리가 보여주는 액션에 비할 수 있는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 2:1로 벌이는 액션도 나름 현란한 카메라 시점을 이용해서 롱테이크로 보이도록 만들긴 했지만 크게 인상깊지는 않습니다. 이야~! 하면서 볼 마한 액션도 장면도 없었죠.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매력적이었던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 캐릭터로 억지로 살려내고 심지어 악당의 수하 중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이 없습니다.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포피는 오로지 줄리안 무어의 연기로 살려낸 캐릭터일 뿐 발렌타인이 가졌던 매력에 비하면 택도 없었죠. 부텔라가 연기한 가젤에 비교할 만한 캐릭터도 없습니다. 도대체 채닝 테이텀은 왜 등장했고 마크 스트롱은 왜 그렇게 보내야 했나요?


그나마 건진 것이라면 배경의 확장인데 매력적인 배우들을 기용해 놓고 눈에 띄는 스테이츠 맨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으니 이 조차도 절반의 성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섣불리 초대형 블럭버스터로 나가려고 한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어요. B급이었지만 A급 같았던 전작에 비해 이 영화는 A급을 노렸지만 B급도 안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볼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최고 흥행을 거두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개봉관에서 볼 만한 작품이 한 손에 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드랍율이 큰 편이라서 신작들이 개봉하면 금방 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실 생각이면 다른 작품을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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