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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16 / 005]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를 봤습니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고 일본에서 영화화가 되었으면 그 영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죠. 강동원이 공을 들여서 리메이크를 진행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만큼 영화 속에서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많이 구르고 넘어지고 뛰어다닙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고생을 했겠구나 싶더군요.


하지만 그 외에는 이 영화가 재밌다라고 생각될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설정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흔해 빠졌어요. 설 연휴에 부모님하고 같이 감상을 했는데 부모님조차도 '또 이런 이야기냐...'라는 말씀을 하실 정도니 (물론 부모님이 영화를 좀 많이 보시는 편이긴 하지만요) 이 영화의 소재가 지금 시기에는 얼마나 진부한 소재인지 알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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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부한 소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요즘 영화에서 진부하지 않은 영화를 찾기가 힘들죠. 독창성을 가진 영화가 눈에 꼽을 정도니 진부하다고 해서 그게 틀렸다거나 잘 못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 영화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지 못 했어요.


이미 모든 정체는 다 드러나 있고 누가 범인인지 그리고 누가 도와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기 전에 다 밝혀버립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를 진행하려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영화는 시종일관 맹탕입니다. 전혀 긴장감이 없어요. 누가 배신할 것 같은지도 뻔히 보이고 어디서 적들이 들이닥칠지도 뻔히 보입니다. 긴장감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죠.


심지어 영화는 그냥 배경하고 인물들만 한국으로 바뀌었을 뿐 과연 이게 리메이크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중요하지 않은 설정 몇 개를 바꾼 것정도로 리메이크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안일한 생각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죠. 최소한 한국적인 무언가가 느껴지는 큰 변화가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총리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바뀌는 것은 리메이크가 아니라 아니라는 얘기죠. 솔직히 일본 원작 영화를 보았다면 이 영화는 전혀 감상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강동원을 볼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한 가지 결말 부분에서 그나마 한국인의 성향을 좀 반영한 것 같기는 한데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재미가 없으니 결말에서도 전율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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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좋은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 한다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기에게 맞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김의성이란 배우가 액션을 할 만한 배우인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사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좀 아까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을 연기한 강동원은?


사실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못 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87에서도 나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캐릭터로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나름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나쁘지 않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는 안 맞더군요. 아무리 뒹굴고 넘어지고 미친듯이 뛰어댕겨도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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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연출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있는데 절박해서 주인공이 진짜로 죽을 듯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강동원이 연기하는 주인공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심지어 좀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연기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에 자꾸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는 연출을 보여주는데 이게 멜로 영화인지 스릴러 영화인지 헷갈리게 만들 지경입니다.


영화는 좀 더 한 가지 장르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안 되고 말았죠. 골든 슬럼버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었어야지 영화의 1/3 이상을 소비하면서까지 보여줘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멜로는 따로 진행이 되고 있단 말이죠.


만약 설 연휴가 아니고 성수기 때 개봉했으면 정말 처참하게 망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입니다. 무엇하나 장점을 내세울 부분이 없었거든요. 스릴러 장르에서 이야기의 재미와 반전의 재미가 없다면 거의 확정적으로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딱히 챙겨 볼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정말 오랜만에 비추천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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