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8 / 03 / 01 / 01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태리 배우의 신작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왔습니다. 우생순 1편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리고 제보자의 감독이었던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임순례 감독의 대표작들은 재미없게 본 작품이 거의 없어서 이번에도 리메이크이기는 하지만 꽤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예고편에서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구요. 그리고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세 배우의 연기가 꽤 기대가 되기도 했구요.


원작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작 영화는 굉장히 정적입니다. 4계절 풍경을 이용한 미쟝센과 요리 그 자체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영화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죠. 대사조차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원작의 성향을 따라가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원작의 성향을 따라간다면 사실 리메이크의 의미도 없을 뿐더러 재미라는 부분에서도 아쉬운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다행이도 영화는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오락성도 띄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 리메이크라면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리메이크 되었던 다른 작품인 골든 슬럼버도 이 정도 리메이크는 했어야 했다고 생각됩니다.


>>


영화는 오리지널과 다르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영화에서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영화의 템포가 빠르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을 나누어서 2편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영화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거라 생각이 되었거든요. 물론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어야 될 것 같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영화가 못 만든 영화라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재밌는 영화였어요. 일단 세 배우의 호흡이 좋습니다. 김태리라는 배우는 아가씨에서의 등장 이후 1987을 통해 지금이 세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좋습니다.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좀 더 연기의 폭을 넓히면 단독 주연도 가능하지 앟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류준열 역시 여전히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뭔가 이 배우는 항상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그렇다고 똑같은 연기가 아닌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묘해요. 연기는 분명 잘 하는 배우죠.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캐릭터가 계속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캐릭터를 비슷하게 연기하는 것인지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연기의 폭을 좀 넓혔으면 좋겠더군요.


한 가지 놀란 부분은 세 명의 주연 중 한 명인 은숙을 연기한 진기주라는 배우입니다. 찾아보니 이번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더군요. 그런데 대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세 명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였는데 그런 캐릭터를 잘 연기해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감정의 폭을 가장 크게 움직이는 배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영화는 여전히 먹고 마시고 노동하는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만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로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판권을 팔면서 음식은 바꾸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일본 음식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꽤나 있는데 뭐 그런 장면들도 연출로서 상당히 커버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거슬리는 연출은 아니었죠.


대신에 앞서 말했듯이 4계절을 한 편에 넣다 보니 각 계절에서 보여주는 부분들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1,2편으로 나누어서 나오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좀 더 좋았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스킵되는 부분이 생각보다도 더 많아서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아쉽긴 했습니다.


>>


영화가 4계절을 한 영화에 때려넣은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이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개개인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작은 숲'에 대한 것입니다. 임용고시를 위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하던 주인공은 심신에서 느껴지는 허기로 인해 고향으로 내려오고 그 곳에서 만난 옛 친구 1인 류준열 역시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 온 상황이죠.


그리고 고향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은숙은 평화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친구들과 달리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매번 직장에 대한 불만과 상사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살면서 그 와중에 고향으로 내려온 재하(류준열)를 좋아하고 있죠. 또한 혜원(김태리)의 엄마(문소리) 또한 자타에 의해서 자신을 얽매고 있는 과거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집을 떠납니다.


영화는 꼭 고향이 아니더라도 개개인 내면에 존재하는 작은 숲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숲이 망가졌을 때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고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디로 가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곳이 고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작은 숲의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사람과의 관계로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오리지널 작품에 비해서 풍경에 대한 미쟝센과 요리의 과정에 대한 연출은 당연히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대체하는 드라마적 요소, 코미디적 요소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꽤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재밌는 작품이었어요. 리메이크로서 성공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더군요. 먹고 마시고 즐기고 싶은 자 일하라. 이 모토는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가족용 데이트용으로 꽤나 괜찮은 작품입니다. 비수기에는 이런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역시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으니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