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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4 / 20 / 019]



그레타 거윅 감독의 데뷔작인 '레이디 버드'를 보고 왔습니다. 이쯤이면 거의 막차를 타고 본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극장에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었고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를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었던 영화였어요.


사실 이야기는 정말 별 게 없습니다. 스스로의 이름을 레이디 버드라고 지은 크리스틴이라는 한 소녀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죠. 모든 게 맘에 안 들어서 입만 열면 독설을 하고 반항을 하는 어떻게 보면 '저 나이에?'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누가 봐도 청소년기의 사춘기를 겪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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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튀어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고 잘생긴 남자와 연애도 해 보고 싶고 그런 남자와 섹스도 해 보고 싶은 크리스틴은 세상이 본인을 중심으로 흘러가리라 생각하는 굉장한 철부지입니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어하죠. 마치 뉴욕으로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어쩌면 뉴욕이라는 곳은 크리스틴이 도망가고 싶은 도피처 같은 곳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영화는 한 소녀의 성장기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두고 '보이 후드'를 변경한 '걸즈 후드'라고 얘기하는 것도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영화는 유첵적인 성장은 나오지 않죠.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걸로 육체적 성장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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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섹스와 관련된 부분조차도 궁극적으로 정신적 성숙에 포함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한 소녀가 소녀에서 여자로서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철이 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그리고 그 철이 드는 시점은 결국 영화 속에서 소녀가 그렇게 외치던 뉴욕으로 옮겨간 이후가 됩니다. 자신의 고향과 집을 떠났을 때죠.


그래서 이 영화는 어렵지 않습니다. 메시지는 확실하고 그 메시지를 그 어떤 은유나 비유적인 표현 없이 직설적인 연출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은 그런 현실적인 소녀의 성장기를 가감없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고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지! 라는 생각을 감독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영화 자체가 딱딱하지 않습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두근두근한 장면들도 꽤 있고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많으며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일단 밝습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녀의 상태를 칙칙하고 비관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말이죠. 물론 비관적인 상황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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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든 그레타 거윅 감독이 차기작을 얼마나 뽑아줄지 예상은 못 하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연기 커리어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그렇게 탑 클래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더 뛰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역시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시얼샤 로넌은 한나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브루클린 등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그야말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기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불평 불만이 많지만 사랑에 빠지고 싶은 순수한 크리스틴 그 자체가 되어서 그 연기를 보는 관객들마저도 조마조마와 두근두근을 왔다 갔다하게 만들고 있죠. 거의 원톱으로서 영화를 잘 리드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주에 어벤져스가 개봉하고 줄줄이 신작들이 개봉하는 시기라서 아마 이번주가 막바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족들이나 친구, 연인 등 누구라도 데리고 보러 갔으면 좋겠네요. 특히 딸을 키운 엄마나 딸의 입장이 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무척 재밌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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