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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7 / 27 / 028]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을 보고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폭망이 예상되는 작품이기도 한데 그래도 제 성격상 안 볼 수가 없었죠. 개봉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시간이 안 맞는 상황이었던지라 휴가를 기회삼아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감독은 왜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할 생각을 안 하고 단점을 부각시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배경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왔고 2029년 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바뀌었죠. 영화의 설정만 본다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배경을 바꾸었다면 설정도 조금은 건드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기대와 공안부라는 단어는 아무리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지 않더군요. 어떻게 들어도 일본어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어 느낌이 나도록 수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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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으로 시작을 했으니 좀 더 얘기하자면 김지운 감독은 본인 잘하는 것을 좀 더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다지 잘하는 분야가 아닌 것을 더 보여주려고 했는지 의아합니다. 감독의 전작을 보면 김지운 감독은 누가 봐도 액션 영화 감독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액션을 절제하고 멜로를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내용도 그렇게 흥미가 갈 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관객들을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멜로의 비중을 이 만큼이나 넣지 않았나 싶은데 잘못된 판단이 아닐까 싶더군요. 멜로의 연출이라도 잘 했으면 다행인데 너무나도 뻔하디 뻔한 연출의 향연입니다. 심지어 멜로 자체도 재밌는 것도 아니에요.


연출도 그닥이고 영화 속에서 다른 이야기와 잘 어울리지도 못 하다 보니 멜로만 나오면 집중력이 확 떨어집니다. 차라리 액션만 줄기차게 나왔다면 감상하는데 피곤함이 있었을지언정 무료함을 느끼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왜 감독은 본인의 장기인 액션을 멀리하고 멜로를 이 만큼이나 넣으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군요. 여배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중요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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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근 미래의 판타지적 SF 영화니 영화의 개연성 같은 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것말고도 눈에 띄는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액션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보여주는 액션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아요. 프로텍트 기어의 느낌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총기류의 화려함도 괜찮았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맨몸 액션도 괜찮았습니다. cg티가 너무 많이 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강동원의 기럭지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액션은 충분히 흥미롭게 볼만했습니다.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액션을 적절히 섞어서 퀄리티 높은 액션을 보여주고 있죠. 그래도 전작들에 비하면 임팩트가 약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부분들에 비하면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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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입니다. 정우성의 연기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수라에서의 쉴새없이 욕을 하는 캐릭터보다는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가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되더군요. 욕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에요.


강동원은 사실 연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캐릭터를 망가뜨릴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 연기를 해도 비쥬얼과 기럭지가 눈에 띄는 배우라 연기가 묻히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좀 더 연기가 좋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효주는 좀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에는 악역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더군요. 마냥 순진무구한 표정만 보여줄 줄 알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눈빛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다음에는 아예 악역을 한 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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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없는 작품은 아닙니다. 재미가 완전히 바닥을 치는 작품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것들을 위해서 극장으로 달려가기에는 작품의 재미와 단점이 너무 거슬립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예 액션으로 몰아붙였으면 관객들 반응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if이니 더 이상 얘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이번주가 마지막일 것 같기도 합니다. 신과함께의 개봉도 얼마 남지 않았고 미션 임파서블은 역대급 흥행을 보여주고 있고 인크레더블2도 상영관 수가 늘어나고 있죠. 아마 흥행이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마녀처럼 장기 흥행을 한다면 손익분기점이라도 넘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저도 추천을 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기에 원작을 보셨거나 김지운 감독의 팬이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pass를 하셔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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