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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10 / 09 / 038]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엄태구, 이혜리 주연의 판소리 복서를 보고 왔습니다. 크게 땡겼던 작품은 아닌데 펀치 드렁크를 앓고 있는 전직 복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복귀를 하고 그가 추구하던 판소리 복싱을 보여줄 궁금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은 애초에 제목부터 되었고 홍보가 영화의 이야기와 많이 빗겨나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과적으로 작품은 펀치 드렁크를 앓고 있는 전직 복서가 판소리를 배웠던 수강생을 우연히 만나 다시금 판소리 복싱을 시작하고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되는 그런 내용의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아예 빗나간 이야기도 아닙니다. 일단 판소리 복싱으로 데뷔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지만 도저히 그러한 과정을 메인 이야기라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펀치 드렁크를 앓고 있는 전직 복서가 펀치 드렁크를 앓으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헤어진 여친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종종 보이는 그녀의 환상 와중에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이 나타나고 우연찮게도 그녀가 판소리를 배운 적이 있기에 주인공은 판소리 복싱을 다시금 하려고 하게 되죠.

 

게다가 그러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플래쉬 백으로 등장하는 과거의 장면들도 죄다 헤어진 여친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이게 복싱 영화인지 멜로인지 관객들에게 혼동을 주기에 최적화 되어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문제점은 영화는 결론 부분을 제외하고는 복싱을 하는 장면이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훈련하는 장면조차도 극히 일부분 등장하죠.

 


 

물론 훈련이 많이 나와도 상관 없죠. 재미가 있으면 되는데 영화는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의 90% 드라마 장르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심지어 등장 인물도 많지 않다 보니 갈등 요소를 등장시키기에도 쉽지 않고 등장하는 갈등 요소도 뭔가 극의 흐름과 애매하게 틀어집니다. 예로 주인공은 펀치 드렁크를 앓고 있는데 영화에서 갈등 요소로 등장하는 내용을 보면 약물 사용으로 선수 자격이 취소 되었다고 하죠.

 

심지어 약물을 사용한 이유도 다리 때문인데 전까지 펀치 드렁크에 대한 어떠한 증상도 없다고 순전히 다리를 위해서 먹은 때문에 약물 사용으로 선수 자격이 취소 되고 뒤로 쉬었다면 도대체 펀치 드렁크는 언제 얻은 병일까요? 병원에서 하는 얘기로는 진행이 많이 되어서 방법도 없는 지경인데 펀치 드렁크를 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없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갈등 요소인 펀치 드렁크라는 요소조차도 이렇게 명확하지 않게 사용되니 다른 요소들이 자연스러움이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멜로 요소까지 첨가 되고 있으니 도통 영화의 방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뭔가 신선한 소재의 영화를 보러 왔다가 완성도가 신선한 작품을 보게 되어 버린 꼴이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엄태구의 어눌한 말투는 펀치 드렁크를 앓고 있는 캐릭터에 어울리고 있으며 연기 자체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카리스마 있으면서 짧고 굵게 임팩트 있는 역할을 소화했던 것에 비해 임팩트가 전혀 없는 이번 캐릭터는 엄태구라는 배우 스스로에게도 색다른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응답하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혜리는 본인이 연기할 있는 캐릭터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가지 캐릭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데 요즘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의 캐릭터와도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사실 가지 캐릭터만 소화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비슷한 배우로 윤아가 있죠.

 

물론 가지 캐릭터라도 확실히 소화할 있다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있겠지만 스펙트럼을 넓히지 한다면 결국 한정된 캐릭터에만 캐스팅이 밖에 없으니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점을 느끼고 있는 같구요. 여튼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앞서 말했듯이 오락성이 강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메소드 연기를 보기 위한 작품도 아니구요. 딱히 메시지가 있는 작품도 아니기에 추천하기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짧고 굵게도 아닌 그냥 짧게 스쳐지나가는 수준으로 상영하고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작품인지라 글이 올라갈 쯤이면 이미 상영이 끝났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언젠가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방송을 준다면 번쯤 편안한 자세로 무념무상을 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복싱이면 복싱 멜로면 멜로 드라마면 드라마 무엇 하나에 집중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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