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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주게 된 밀양....사실 밀양은 울 아버지의 고향인지라 개봉 당시부터 아버지의 압박에 보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꼭 뭔가 하고자 하면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지라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나서야 보러 가게 되었다. (물론 아버지도 함께! 친구들 중에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녀석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사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전부 인간에 대한 고찰적인 면들이 강해서 (사실 그렇다고 해도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본 것은 초록 물고기와 박하사탕이 전부다.) 이 영화도 너무 그런 쪽으로 치우처져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수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종류의 영화를 안 보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흥행성을 가진 오락적인 측면도 충분히 보여주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전히 극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거미인간과 해적에 대한 약간의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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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가락을 무조건 들어주고 싶다....
 
초반 영화는 그냥 단순한 스토리로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다. 신애와 그의 아들 준이 죽은 아버지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피아노 학원을 차리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드라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들 준의 납치와 죽음으로 인해 신애는 깊은 절망으로 인해 약국 아줌마의 조언대로 교회에 나가게 되고 거기서 안정을 되찾으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인 학원 선생을 면회가면서 그가 주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실제적인 영화의 모습은 여기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안정을 찾아다 준 신이 어째서 자신이 용서하지도 않은 범죄자를 용서하는가? 로 시작하여 결국에는 신에 대한 부정과 함께 반감을 가지게 되는 모습은 정말이지 처참하다 못 해 파멸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에 대한 반감으로 도둑질을 하고 교회 행사장에서 난동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에게 교회에게 다녀보라고 권한 약국 약사의 남편을 꼬셔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모습들은 품은 뜻은 다르지만 왠지 박하사탕의 김영호가 파멸해 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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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마저 여기서는 조연급으로 느껴진다......불쌍한 송강호
 
하지만 왜 신에 대한 믿을 가진 자를 파멸이라는 결말로 치닫게 했는지는 잘 이해를 못 하겠다. 그리고 이왕 파멸로 치닫게 할 것이라면 손목을 그은 그 시점에서 그냥 '죽음'이란 것으로 끝내는 것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에서도 얼핏 비슷하게 나온 밀양은 결국에는 신의 축복 같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해피엔딩 쪽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송강호란 존재도 여기서는 조금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포스터에서 보면 송강호가 마치 뒤에서 엄청나게 힘을 쓰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풍겨주지만 실상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면 '도'를 지나친 모습도 종종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도 있다라.....물론 뒤에서 많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밀양의 숨을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에 비해서 '밀양'이란 제목의 뜻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영화가 어렵다....라고도 해석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글 초기에 적었던 약간의 오락성도 간간히 눈에 띄면 송강호와 조연들의 캐릭터들은 확실히 영화를 보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역시나 이 영화는 전도연을 위한 영화였다. 전도연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연이었을 뿐(송강호마저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확실히 이 영화로 전도연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현 여배우 중에서는 가히 최고의 반열에 오른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신에 대한 믿음과 신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고 생각되는 밀양. 영화평론가가 아닌 내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아리송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칸 영화제에 나간 것은 확실히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내 시점에서 본다면 과연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가 영화평론가가 아니고 칸의 심사위원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신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어정쩡하다. 자신의 실수로 납치되어 죽은 아들, 신에 대한 믿음, 범죄자에 대한 용서, 그리고 반감. 무언가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아직 머릿속을 헤매고 있다.
 
확실히 이 영화는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왠지 친근하면서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최근 이런 영화를 못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본 거미인간이나 해적 등을 보면서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 나로서는 오히려 이런 어려우면서 묵직한 영화가 그리웠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극장가를 가서 상영중인 영화를 보면 70% 정도가 스파이더맨3와 해적이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밀양은 전도연이 상을 받기 전에는 2관이었던 것을 3관으로 늘린 상태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한 관은 인디 영화 상영관이다.) 개인적으로 거미인간과 해적보다 밀양을 재밌게 본 나로써는 씁쓸함이 머리를 맴돈다. 물론 돈을 벌어야 하니 저런 현상은 당연하겠지만 현 상태에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완성도의 영화가 없는 것도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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