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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부산국제영화제가 드디어 개막을 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 그리고 부산 사람으로써 개막식 표를 바로 예매를 해 버리고는 개막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특히나 이번 PIFF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한 편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대중성이 강한 영화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한 편은 상당히 매니악하다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상당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적어보자면 처음 들어보는 중국 감독의 영화에 비해 안노 히데야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 만든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쪽이 더 끌린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기 전 기대심리일 뿐이고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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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의 시가전은 태극기...의 평양시 전투와 상당히 흡사하다.


펑 사오강 감독의 '집결호' 영어로는 ASSEMBLY로써 뜻은 '집결신호'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 '집결신호'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 내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고통의 요소이기도 합니다. 만약 거짓으로라도 주인공이 부하들의 거짓을 믿고 퇴각했더라면 아마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을 없었을 지언정 자신이 또 다시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인생 자체를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 만큼 주인공은 영화 초반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료가 죽은 것을 후회했으며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져서 결국 억울하게 묻혀 있던 동료들을 '실종'이 아닌 '열사'로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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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계기가 되는 탄광지역의 전투 역시 태극기..의 초반 낙동강 전투와 비슷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태극기 휘날리며'를 생각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핸드헬드 기법을 이용한 초중반의 전투씬, 그러한 전투씬들의 연출, 드라마적 요소 등 '중국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태극기...의 제작진들이 직접 가서 촬영에 참여를 했으니 스타일이 비슷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의 전투씬과 드라마적 요소의 연출 등은 비슷할 지언정 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혀 틀리니 그러한 수식어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스타일로만 평가하자면 결국 모든 전쟁영화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니 다 똑같다고는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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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다 죽으라는 명령이나 다름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은 억울하게 묻혀 있는 동료와 부하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원래 부대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전쟁 중심이 아닌 드라마가 중심입니다. 태극기...는 자신의 동생을 전역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의 모습을 그렸고 그러한 과정에서 중심은 전쟁이니 확실히 거의 닮아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봅니다.


하여튼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주인공은 자신의 동료들을 위해서 정말 사방팔방을 돌아다니지만 그러한 과정은 주인공 이외에는 거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서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동료의 억울함이나 자신의 부하의 아내였던 사람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너무 일방적인 전개는 갑갑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좀 더 넓은 시점에서 전쟁의 참상과 피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한 이미지는 이 영화가 블럭버스터급인가? 에 대한 의문까지 생기도록 했습니다. 블럭버스터라면 그것도 전쟁영화라면 상당한 비쥬얼을 필요로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의 거의 절반 이상이 드라마로 이루어져 있고 초반을 제외하면 전쟁씬도 거의 적은 분량의 장면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블럭버스터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뒷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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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러가지로 태극기...와 많이 닮았지만 닮지 않은 영화인 것 같다.


실화라는 점이 약간의 감동을 주긴 했지만 좀 모자랐던 전쟁씬과 일방적인 전개로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약간 사설을 덧붙이자면 공산당의 모습으로 변하고 공산당으로써 한국전쟁에 참여한 중국의 모습을 그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본다면 영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십수년년 전만 하더라도 과연 이런 영화가 극장에 포스터를 걸고 개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데 말입니다. 확실히 작품성이 있으면 무엇이든 상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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