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를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영화보다도 먹먹함이 느껴진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동주'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더군요. 아마도 국내 영화 중에서 감상한 '개봉작' 중에서는 처음으로 본 흑백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괜히 흑백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니더군요. 여러모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동주와 몽주 두 인물에 대한 일대기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로 영화는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의 인물 관계는 영화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 영화는 처음부터 동주와 몽규의 뭔가 라이벌 같은 구도를 ..
"시대를 초월한 두 여성의 이야기"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을 보고 왔습니다. '킹스 스피치'와 '레 미제라블'로 그 명성이 상당히 올라간 톰 후퍼의 신작 '대니쉬 걸'은 1920년대 덴마크의 화가 에이나 베게너가 릴리 엘베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언급하지 전에 얘기해야 할 부분은 이 영화는 최신작 '캐롤'이나 '브로크백 마운틴' 그리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는 다른 소재의 영화라는 겁니다. 언급한 영화들은 모두 '동성애자'들에 얘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고 본 작품은 정말 개인의 '성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애초에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믿고 있는 한 개인 릴리 엘베 본인의 일기를 통해 그녀가 겪었던 본인과 주위 ..
"데드풀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데드풀을 보고 왔습니다. 아마도 마블과 DC를 통틀어 가장 괴상한 캐릭터라고 생각되는 이 녀석은 일단 자신이 '만화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코믹북을 보더라도 그러한 부분을 잘 활용한 연출들이 돋보이죠. 가령 자기가 페이지를 찌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거나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죠. >> 이 캐릭터는 사실 한 번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울버린-오리진'에서 뮤턴트들을 가둬두었던 마지막 장소에서 울버린과 최후의 대결을 펼치죠. 이게 제작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거기서 나왔던 데드풀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았었죠. 여튼 울버린에서 나왔던 데드풀은 데드풀 캐릭터의 흑역사(라이..
"매력적인 여배우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올해 2번째로 극장에서 만난 케이트 윈슬렛은 첫 번째로 만났던 스티브 잡스에서도 꽤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드레스 메이커에서는 스티브 잡스에서의 조안나 호프만이라는 캐릭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케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여배우들의 연기가 묘하게 기억에 남는군요. (다른 한 명은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25년전 살인 누명으로 인해 마을 쫓겨난 틸리(케이트 윈슬렛)는 디자이너가 되어 마을로 돌아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주민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이용해 복수를 할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죠.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복수로 이용되는 도구가 '옷..
"진짜 사랑이지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배우하고 적당한 줄거리 밖에 없었습니다. 감독의 이름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아임 낫 데어'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만큼 사전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본 작품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른 작품이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나마 최근에 감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이고 다른 하나는 꽤 예전 영화인 '브로크백 마운틴'입니다. 레즈비언이라는 소재만 생각한다면 전자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사실 무슨 장르라 정하기가 힘든 드라마군요. 나인처럼 타임루프를 메인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프리퀀시'라는 작품처럼 (그러고 보니 제목도 얼추 비슷한) '과거'와의 '무전'을 통해 현재(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인데 사실상 이런 장르의 작품에서 본 듯한 설정과 연출이 많이 등장합니다. 설정 자체에 대해서 신선함을 느끼기 힘든 작품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가지고 노는 수준의 연출과 김혜수 조진중 이제훈 세 주연 배우의 연기가 의외로 잘 먹히고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연출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연결시킨다는 점입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 성수대교 붕괴사고 /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등 실제 사건을 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의 재미를 상당히 올리고 있다고..
"굉장히 감정적인 주제를 최대한 절제한 미덕" 이성민 주연의 로봇, 소리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극장 비수기인 이런 시점에는 다양한 장르들이 개봉을 해서 꽤 좋아하는 편인데 로봇, 소리는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약간 인디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봉관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다행이도 생각보다 많은(?) 상영관이 잡혀서 수월하게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실종된 딸을 찾아가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중후반까지는 이야기가 어둡지 않습니다. 의외로 밝고 가벼우며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풀어가고 있고 특히 인공위성 소리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꽤 많은 부분에서 유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딸을 찾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 하지만 중반과 후반으로 이야..
"만화적 연출의 정점에 서다" 쿵푸팬더의 최신작을 보고 왔습니다. 여전히 재밌더군요. 시리즈가 3번째로 접어들면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리즈는 바로 전작인 2편보다 재밌군요. 시리즈가 더 이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은 시리즈를 더 이어가도 괜찮겠다라는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느껴왔던 부분들이 거의 그대로 계승이 되어 있죠. 캐릭터들은 귀엽고 유머러스하며 리액션은 과장되어 있고 슬랩스틱 개그가 꽤나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액션은 여전히 호쾌하며 화려하죠. >>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이 변화….아니 발전된 부분은 바로 '만화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드림웍스의 작품은 ..
"한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는 사실 '잡스'를 소재로 한 첫 번째 영화는 아닙니다. 애쉬튼 커쳐 주연의 '잡스'가 이미 한 번 개봉을 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당시 해당 영화는 굉장히 망했습니다. 뭐 이야기의 재미도 없었고 배우의 연기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었죠. 너무 비슷한 외모만을 중시한 경향이 있지 않았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대니 보일 감독과 애론 소킨 각본가가 만든 '스티브 잡스'가 개봉을 했죠. 사실 꽤 기대가 컸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이야 언제나 심플한 화면과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큼 비쥬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애론 소킨이야 소셜 네트워크, 뉴스룸 등..
"자본주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 쇼트'를 보고 왔습니다. 2007년 발생한 서브 프라임 사태를 주 사건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당시 금융시장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파악한 각각의 인물들이 그 부조리한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어렵습니다. 많은 경제용어가 나오고 있고 그것들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사들이 어렵다고 영화의 전반적인 과정과 내용을 이해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으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어떤 사태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지식을 얻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작품이 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름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데 말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